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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교도소 확진자 500명 넘어…수퍼 전파자는 교도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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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호 05면

[코로나19 비상] 국경 없는 집단 감염 공포

21일 일본 요코하마 다이코쿠 항에서 관계자들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 하선한 승객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 일본 요코하마 다이코쿠 항에서 관계자들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 하선한 승객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에서도 밀폐된 공간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대규모 확진자가 쏟아졌다. 수퍼 전파자는 교도소의 교도관이었다. 집계 결과 지난 20일 하루 동안 코로나19 진원지인 후베이(湖北)성을 제외한 중국 전역의 신규 확진자 258명 중 대부분이 교도소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밀폐된 수용시설 탓 대규모 확산 #중국 사망자 하루새 118명 늘어 #환구시보 “한국·일본 엄중해져 #결코 가볍게 봐선 안 된다” 경고 #일본 “크루즈 관할 국제 룰 정해야” #외신 “일본이 방역 실패” 거센 비판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한때 중국에서는 “차라리 감옥이 더 안전하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이제 그것도 옛말이 됐다. 수용시설이란 밀폐된 공간 특성상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나올 경우 집단 감염에 걸리기 쉽다는 점에서 중국 보건당국도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일본 크루즈선 사태에서 보듯 밀폐 공간과 대규모 인원이란 조건이 맞물리면서 상황이 악화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내 교도관과 재소자 중 누적 확진자는 이미 500명을 넘어섰다. 21일 관찰자망(觀察者網)에 따르면 중국 내 교도소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후베이성 271명, 산둥(山東)성 207명, 저장(浙江)성 34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후베이성의 경우 교도소를 전염병 대응 보고 시스템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수작업으로 숫자를 반영하면서 업데이트가 늦어지기도 했다. 산둥성 지닝(濟寧)시 런청(任城) 교도소에서는 재소자와 교도소 근무자 등 2077명을 검사한 결과 무려 20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는 교도관 7명과 재소자 200명이었다.

감염 원인은 교도관이었다. 지난 12일 당직을 서던 교도관이 기침 증세로 병원 진료를 받던 중 1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또 다른 교도관도 감염자로 판명되면서 순식간에 대규모 감염자가 나왔다. 런청 교도소 측은 전면 소독을 실시하고 확진자 치료를 전담할 임시 야전병원을 짓기로 했다. 산둥성 정부는 교도소 부실 관리 책임을 물어 산둥성 사법청장 등 관계자 8명을 면직 처분했다.

중국 남부 저장(浙江)성의 스리펑 교도소에서도 3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재소자 등 7명이 이미 코로나19 확진을 받았으며 20일 하루에만 27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스리펑 교도소 관계자 역시 해임됐다. 중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도 21일 현재 2239명으로 늘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0일 하루에만 11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열흘 넘게 매일 100명 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 중국이 이젠 한국과 일본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오전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한국 상황이 엄중해졌다”는 속보를 냈다. 대구에서 환자가 무더기로 나온 사실을 보도하면서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환자가 속출하는 일본 상황도 근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엔 중국이 일본 국립 전염병연구소에 코로나19 환자를 검사할 핵산 진단 키트를 제공했다는 기사도 떴다.

환구시보는 이어 지난 20일 밤엔 한국과 일본을 향해 코로나19를 절대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경고음을 냈다. ‘서방 전문가 논문을 볼 때 지금은 한국과 일본이 관건’이란 제목의 기사에서다. 기사는 지난달 24일 국제 의학 학술지에 실린 미국과 네덜란드 의학 전문가의 코로나19 관련 논문을 인용해 “코로나19의 파괴력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약하다고 알려지다 보니 사람들이 얕잡아보기 쉽다”며 “게다가 감염자 상당수가 거의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을 추적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사는 이어 “그 결과 코로나19가 순식간에 글로벌 공공위생 시스템을 파괴할 만큼의 위력을 갖게 됐다”며 “한국과 일본 등 코로나19 위협에 직면한 국가들도 이 바이러스의 교활함을 절대 낮춰 보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크루즈선 한 척 때문에 만신창이가 된 일본 정부는 조만간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크루즈선의 관할권에 대한 논의를 제안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신문은 “크루즈선 내에서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일본 정부는 선박 관할권에 대한 국제적인 룰을 만들자고 국제사회에 요청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일제히 쏟아져나왔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은 기자회견에서 “기국(旗國·선박이 등록돼 있는 국가)과 선박을 운항하고 있는 나라, 영해국 등이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지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이런 방침을 정한 것은 ‘공포의 크루즈’로 불리는 배 한 척 때문에 일본만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일본에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는 737명인데 그중 크루즈 내부 감염자만 무려 634명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20일 크루즈 내 감염자 2명이 사망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예외적인 대응이 필요한데, 일본은 상황이 평상 궤도를 벗어나더라도 통상적인 대응만 한다”는 전문가 분석을 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이 코로나19의 가장 위험한 장소로 떠오르면서 아베 정권이 비판받고 있다”고 전했고, 홍콩의 명보(明報)는 “일본의 방역 대책은 의심할 여지 없이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도쿄=유상철·서승욱 특파원
서울=서유진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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