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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만난 코로나 급발진…서울·경기·전북 잇단 교회 폐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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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호 03면

[코로나19 비상] 신천지발 확산 후폭풍

신천지 대구교회가 코로나19 확산 진원지로 밝혀진 뒤 전국 신천지 교회가 자진 폐쇄 또는 폐쇄 조치되고 있다. 지난 18일 자진 폐쇄한 신천지 울산교회에 21일 오후 울산 남구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신천지 대구교회가 코로나19 확산 진원지로 밝혀진 뒤 전국 신천지 교회가 자진 폐쇄 또는 폐쇄 조치되고 있다. 지난 18일 자진 폐쇄한 신천지 울산교회에 21일 오후 울산 남구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지난 17일까지 30명이던 코로나19 확진자가 불과 나흘 만에 200명을 돌파하며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 중이다.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모두 204명으로 집계됐다.(오후 4시 기준) 불과 이틀 전(19일)까지만 해도 51명이던 확진자 수는 20일에는 104명으로 세자릿수를 넘겼고, 이날 하루에만 100명의 추가 감염자가 발생해 확진자는 200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대구(126명)·경북(27명)으로 이 두 지역에서만 153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배 본 신도 전국 퍼져 144명 확진 #질본 “대구교회 9300명 일괄 조치” #서울 종로노인복지관서 4명 감염 #박원순 “서울·광화문 광장 사용 금지”

확진자 급증 현상은 18일 31번째 환자(61)가 발생한 직후부터다. 이 확진자는 대구 시내 의료기관(새로난한방병원), 종교시설(신천지 대구교회), 호텔(퀸벨호텔) 등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수퍼 전파자로 의심받고 있다. 하지만 중대본은 2차 감염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국으로 퍼진 추가 확진자의 대부분이 31번째 환자가 예배를 본 신천지 대구교회와 직간접으로 관련됐다는 점이 역학 조사결과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날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오전 브리핑 때까지만 해도 신천지 교회 관련 감염자 수는 98명이었다. 하지만 불과 6시간 뒤인 오후 4시 브리핑에서 46명이 추가돼 신천지 교회 관련 확진자 수만 144명으로 대폭 늘었다. 역학조사 결과 대구에서 예배를 본 신도 중 일부가 전국 각지로 흩어지면서 타 지역 확진 사례도 속속 늘고 있다.

우선 대구시는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명단을 확보해 증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 본부장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9300명 가까이 명단을 받아서 일괄적으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나머지 신도에 대해서도 명단을 확보해 조치하고 있다”고 했다. 경남에서는 4명(합천 2명, 진주 2명)의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예배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발생한 추가 확진자(59) 역시 12일 신천지 대구 교회를 방문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새로 발생한 3명의 확진자도 같은 교회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에서도 이날 처음으로 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병원 내 집단감염 사례도 나왔다. 경북 청도 대남병원은 16명의 확진자(간호사 3명, 요양보호사 1명, 정신건강보호요원 1명, 입원환자 11명)가 발생했다. 이 병원은 확진 환자가 정신병동 중심으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해당 병동에 입원 환자 92명은 검사 결과에 따라 격리병원 등 타 병원으로 이송 조치하기로 했다.

이날 중대본은 그동안 미궁에 빠져있던 서울 종로구 일대의 확진자 감염 경로를 추정 발표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29번(82·남)과 56번(75·남), 83번(76·남), 136번(84·남) 등 총 4명의 확진 환자가 지난달 28~31일 종로 노인종합복지관에 방문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모두 동일한 시간대에 복지관 내 식당을 이용해 2~3번의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83번은 6번 감염자와 동시간대에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6번 감염자는 중국 우한에서 돌아온 3번 환자에게서 감염됐다. ‘3번→6번→83번→29번’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돼 초기 관리에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각 지자체는 긴급 대응 조치에 들어갔다. 대부분 신천지 교회 관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서울 소재 신천지 교회에 대해 폐쇄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 영등포구, 서대문구, 노원구, 강서구에서 포교사무실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신천지교회 시설에 일시 폐쇄조치가 내려졌다. 박 시장은 또 “감염병에 취약한 어르신들 보호하기 위해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 제49조’ 제1항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 도심 내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날 오후 “경기도 내 15개 시군에 위치한 17개 신천지 집회시설에 긴급 방역을 실시 중”이라면서 방역 지도와 신천지 집회시설의 주소지 등을 공개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신천지가 집회를 계속 이어가거나 몰래 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설 폐쇄에 불응할 경우 긴급 행정명령을 통해 강제 시설 봉쇄, 집회 금지, 강제 소독에 나서겠다”고 강한 조치를 예고했다.

전북도 이날 도내 8곳의 신천지교회를 모두 폐쇄하고 긴급 방역에 들어갔다. 신천지 교회와 관련 없이 확진자 1명만 발생한 인천시도 지역 내 신천지 교회에 대해 자율 폐쇄를 권고했다. 50개 이상의 신천지 관련 시설과 신도 5만여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광역시는 교인 전수조사와 함께 일부 교회 시설을 폐쇄했다. 시설 폐쇄 조치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대한 법률 47조’의 ‘출입금지·이동제한’에 근거한 것이다.

한편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는 이만희 신천지 교회 총회장의 친형 장례식장이 청도 대남병원에서 치러졌고, 적지 않은 신천지 신도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병원 내 확산과의 관련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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