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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간격 방석에 앉아 2시간 예배…옆사람 손 잡고 찬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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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호 02면

[코로나19 비상] 탈퇴자가 본 신천지 예배 풍경

일반 교회와 달리 신천지교회에서는 옆 사람과 어깨만 부딪히지 않을 정도로 가깝게 붙어 앉아 예배를 본다. [jtbc 캡처]

일반 교회와 달리 신천지교회에서는 옆 사람과 어깨만 부딪히지 않을 정도로 가깝게 붙어 앉아 예배를 본다. [jtbc 캡처]

신천지대구교회는 코로나19에 대한 역학 조사 결과 확산의 진원지였다. 병원 응급실도 아닌 곳에서 어떻게 감염이 빠르게 발생했을까. 신천지대구교회를 다녔던 A씨가 20일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게 된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약 1년간 신천지대구교회를 다니다 2018년 12월 나왔다.

성전뿐 아니라 교육시설도 북적 #폐쇄된 공간에서 매일 성경공부 #성전 들어가려면 ‘신원 조회’ 절차 #예배 참여자 찾기 어렵지 않을 듯 #신천지 측 “건축 허가 안 내줘 #좁은 공간서 예배 드리는 현실”

①“어깨 부딪히지 않을 정도로 붙어 앉아 예배”

A씨는 일반교회와 다른 신천지의 특성과 관련해 “일반교회는 긴 의자에 앉아 예배드리지만, 신천지교회에선 옆 사람과 어깨만 부딪히지 않을 정도로, 약 10㎝ 간격으로 방석을 깔고 바닥에 앉아 예배를 드린다”고 설명했다. ‘성전’이라고 불리는 교회 건물에서 진행되는 예배와 성경 공부 모임도 잦은 편이라고 전했다. 신천지 교인은 수요일과 일요일 열리는 예배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일요일 예배는 오전 8시, 정오, 오후 7시 등 총 세 번 열린다. A씨는 “정식 예배도 약 2시간으로 꽤 길지만, 예배하기 전 원하는 사람은 ‘계시록 공부’도 2시간씩 하기 때문에 나의 경우 4시간 내내 무릎 꿇고 있어 다리가 아팠다”고 말했다.

②“평일에도 성경 공부, 교회엔 항상 사람 많아”

A씨에 따르면 그가 신앙생활을 할 당시 대구교회에 등록한 교인이 8000명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상당수 교인이 밀폐된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그는 “성경 공부를 많이 시켜 평일에도 매일 교회에서 몇 팀씩 구역 모임을 했다. 흔히 교회엔 주일을 빼곤 사람이 없지만, 신천지 교회는 평일에도 항상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성전뿐 아니라 대구 한약골목에 위치한 ‘복음방’, ‘센터’로 불리는 교육시설에도 늘 사람이 몰렸다”고 덧붙였다.

③“찬양하며 손 잡고 도시락 나눠 먹어”

예배 중엔 옆자리 사람들과의 신체접촉도 있었다고 했다. A씨는 “찬양을 할 때 옆 사람과 손을 잡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교인끼리 식사를 함께하는 일도 많았다고 했다. A씨는 “신천지교회는 ‘사명자’(전도사·교사 등 직책 있는 사람)에게만 밥을 주기 때문에 일반 교인은 도시락을 싸 와서 먹곤 한다”며 “도시락을 안 가지고 온 이들이 있으면 함께 나눠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④“가족에 숨기라 교육 … 남 있으면 ‘S’로 불러”

A씨는 신천지교인이 확진자와 접촉을 했어도 쉽사리 사실을 밝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추정했다. 교인들 사이의 퍼져있는 ‘비밀주의’를 이유로 들었다. 그는 “교회에선 명절 때도 가족들 사이에서 종교 얘기가 나오면 자리를 피하라고 교육했다”고 전했다. 또 교인끼리도 주변에 교인이 아닌 사람이 있으면 신천지교회를 ‘에스(S)’라고 줄여 불렀다고 했다.

⑤ 심리상담 등 청년 선교 활발

일각에선 신천지교회의 다양한 선교 방식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A씨는 카페 같은 신천지 모임 장소에서 심리상담을 통해 전도를 했었다고 밝혔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전도도 활발하다고 했다.

A씨는 교회 측이 협조한다면 확진자와 함께 예배에 참여한 교인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신천지교회의 출입 기록이 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거란 설명이었다. 그에 따르면 신천지교회의 ‘성전’에 들어가기 위해선 일종의 신원조회 절차가 있다. A씨는 “성전에 들어갈 자격을 얻기 위해선 별도 센터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23회 들어야 하고, 이후엔 지문이나 QR코드를 찍어야만 성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대구시는 신천지 대구교회를 다니는 신도 9300여 명의 명단을 확보해 전수조사를 펼치고 있다.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21일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신천지 대구교회로부터 제출 받은 1차 명단은 1001명,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전달 받은 2차·3차 명단은 각각 3474명, 4860명으로 총 9335명”이라고 밝혔다. 1치 명단에 오른 신도들은 31번 환자가 예배를 한 지난 9일과 16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한 사람들이다. 대구시는 이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코로나19 관련 증세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가 383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채 부시장은 “전화를 아직 받지 않는 인원은 1차 명단에서 57명, 2차 명단에서 326명”이라고 말했다. 3차 명단은 질본으로부터 최근 전달받아 이제 막 연락을 시작했다.

기자는 A씨의 증언에 대한 신천지교회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에 앞서 신천지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성도 개인 차원에서 총회 본부와 다른 방침을 밝히거나 ‘거짓대응 매뉴얼’ 등 얼토당토않은 허위정보를 흘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해당자를 징계 조치했다”고 밝혔다. 예배 방식에 대해선 “신천지라는 이유로 당연히 받아야 할 건축허가도 받지 못해 좁은 공간에서 수용인원을 최대화하기 위해 바닥에 앉아 예배드리는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이만희 총회장은 21일 ‘총회장님 특별편지’라는 제목의 공지글에서 “금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이며 우리의 발전을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이 모든 시험에서, 미혹에서 이깁시다”고 했다. 이 총회장은 이어 “당국의 지시에 협조해 주어야 한다. 우리의 일”이라며 ‘코로나 19’ 대응에 나선 정부 협조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또 “우리는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우리의 본향은 천국”이라며 “전도와 교육은 통신으로 하자. 당분간 모임을 피하자”고 전했다.

김지아 기자, 대구=김정석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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