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 유적지 왜곡 복원|김성동 교수 대륙강좌-산동성 현장답사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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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앙일보사와 대륙연구소·대한상의가 공동 주관하는「목요 대륙연구강좌」의 제6차 강좌가 19일 오후 5시 대한상의빌딩 대 회의실에서 열렸다.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이 강좌의 이날 연사는 중앙대 김성훈 교수로「장보고의 황해경영사-답사보고」를 주제로 강연했다.
다음은 강연 요지.
장보고는 우리에게 누구인가. 현재 세계10대 무역강국으로 5대양6대주를 누비는 우리의 저력, 특히 세계정상수준인 조선과 해운업의 저력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한국적인 불교의 원형은 무엇인가. 우리 나라 해군의 가장 훌륭한 조상은 이순신 장군 뿐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대답은 장보고에 대한 연구에서 얻을 수 있다.
전공이 경제학이므로 역사·고고학적인 분야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간 14차례 중국을 방문하면서 장보고의 발자취와 유적을 답사한 결과 앞으로 다가올 동북아경제시대, 나아가 태평양경제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장보고에 대한 재조명은 커다란 귀감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것은 우리에게 장보고에 대한 사료와 기록이(삼국사기 등에 일부 있지만)거의 없어 일본·중국자료에 의존해야했던 점이다.
장보고에 대해 가장 소상한 자료는 라이샤워의『원인의 당나라여행기』로 이곳에서 라이샤워는 장을「상업제국의 대상왕자」로 극찬하고있다.
지난 8월에서 9월까지 1개월 동안 장보고의 활동본거지였던 산동 반도의 적산을 방문했는데 놀라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야생 무궁화 꽃이 도처에 피어 있었고 민가의 개들이 진도개와 흡사했으며 지명도 우리 나라의 지명, 예컨대 봉래·함평의 옛 이름인 모평 등이 있었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는 고추장을 먹고 있었고 김치도 우리 것과 똑같아 다른 나라에 온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만큼 장보고의 숨결은 도처에서 느껴졌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역사학자들의 소관이다.
그러나 장보고가 세운 법화원 절터를 방문하고는 또 다른 역사의 왜곡을 현장에서 보고 있는 것 같아 섭섭했다.
일본인들의 재정적 도움으로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일본인들이「이곳은 마르코폴로·현장법사와 함께 세계 3대 견문록을 남긴 원인이 체류했던 곳」이라고 못박아 놓은 비석이 있었다.
가령 A를 B라 하는 것도 역사왜곡이지만 A자체를 언급하지 않는 것도 역사왜곡이다.
우리의 서해안정책은 중국과의 경제적 이익 뿐 아니라 역사의 뿌리를 찾는 노력도 병행해야하며 그런 의미에서라도 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가 더욱 활발해져야할 것이다.<유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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