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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코로나19 경제적 피해 메르스 때보다 더 체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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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그야말로 비상하고 엄중한 상황이다.”

기재부 등 4개 경제부처 업무보고 #코로나맵 만든 대학생 특별 초대 #“발상의 전환, 정부가 좀 배워야”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언급하며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17일 “이번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는 2015년의 메르스 사태보다 더 크게 체감된다”며 “불황이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뿐 아니라 민생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 등 4개 경제부처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한편,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외적인 요인의 피해는 우리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의 소비 활동과 여가 활동까지 과도하게 부풀려진 공포와 불안 때문에 지나치게 위축된 측면이 있다”며 “국민들께서도 정부의 대응을 믿고 각자의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정상적인 일상활동과 경제활동으로 복귀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업무보고 자리엔 경희대 학생 이동훈(27)씨가 특별 초대됐다. 그는 코로나 확진자들의 동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코로나 맵’을 만들었다. ‘코로나 맵’은 누적 조회수 1400만 회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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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동훈군을 특별히 칭찬해야겠다. 정부가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치켜세웠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질본)를 중심으로 정부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지만 공포·불안은 확산됐다”며 “그런데 이동훈 학생이 (질본의) 브리핑 정보를 맵으로 딱 보여주면서 확진자가 움직이는 동선을 쉽게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본의 정보들을 정부 홍보 부서 어디선가 초기부터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정부의 홍보 방식에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 발언을 요약하면 ‘불안감을 확 줄인 게 대학생 한 명이다. 정부는 왜 그 일을 못 했느냐’는 것이다. 여기엔 코로나19 못잖게 그로 인한 경기 하향을 우려하는 문 대통령의 시각이 묻어 있다. 과도한 불안감 때문에 일상의 경제 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언론을 향한 지적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일부 언론을 통해 지나치게 공포나 불안이 부풀려지면서 경제 심리나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 전주시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피해를 함께 극복하기 위한 건물주들의 자발적인 상가 임대료 인하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착한 임대인 운동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날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 도약하는 경제, 새로운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 경제부처 업무보고가 이례적으로 생중계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5년 메르스 사태와 비교해 볼 때 인적 희생자는 없는데도 과도한 불안감과 공포감으로 국민의 경제 심리와 소비 활동이 더 위축되고 있다”며 “100조원 투자 프로젝트의 발굴 집행과 같이 경제 정책 방향에서 제시됐던 각종 경제 관련 대책들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경제 관계 장관회의 겸 일본 수출규제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다.

◆정부, LCC에 최대 3000억원 융자=우선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저비용항공사(LCC)에 최대 300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석 달 동안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도 미뤄준다. 석 달 동안 대한항공은 417억원, 아시아나항공은 213억원, LCC는 249억원 정도의 사용료 납부를 유예받을 수 있다.

올해 정부 경제부처 신년 업무보고에선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혁신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두드러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전방위적인 경제 활력 제고 노력을 통해 경제 상황을 반등시키고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우리 경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권호 기자, 세종=염지현·김기환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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