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격리생활 마친 우한 교민 "전역하는 기분, 값진 경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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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코로나19(신종코로나)사태로 인해 2주간 격리생활을 마친 1차 입국 우한 교민들이 퇴소하고 있다. [뉴스1]

15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코로나19(신종코로나)사태로 인해 2주간 격리생활을 마친 1차 입국 우한 교민들이 퇴소하고 있다. [뉴스1]

"2주 간 격리 생활하다 드디어 집으로 가려는데, 이젠 택시가 잘 안 잡히네요."

2주간 충남 아산의 임시 생활 시설에서 생활하다 15일 낮 12시 20분쯤 서울역에 도착한 한 우한 교민 A씨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A씨는 "집 밖에서 이렇게 걸은 것도 오랜만"이라며 "매우 피곤하지만 그래도 이제 집에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렌다"고 밝혔다.

우한 교민 "전역하는 기분…좋은 일 하며 살겠다" 

A씨와 마찬가지로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의 임시생활시설에서 생활하던 우한 교민 700명 중 366명이 이날 퇴소했다. 교민들은 서울을 포함해 각 지역으로 흩어지는 버스를 나눠 타고 거주 지역으로 향했다.

서울역 부근에서 내린 교민들은 큰 캐리어와 짐이 가득 들은 박스와 함께 하차했다. 종이 봉투에는 '온천 휴양도시 아산으로 오세요'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마스크를 쓴 교민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마중을 나온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목적지로 향했다. 마중 나온 가족 차를 타고 이동하는 교민도 많았지만, 하차한 자리에서 택시를 부르는 교민들도 있었다. 5명이 함께 이동하는 한 교민 단체는 타다를 불렀는데 "처음 불러보는 것"이라며 웃었다.

15일 오후 12시 20분쯤 서울역 인근에서 내린 우한 교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후연 기자

15일 오후 12시 20분쯤 서울역 인근에서 내린 우한 교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후연 기자

이날 퇴소한 한 우한대 유학생 B씨는 "그 동안 너무 감사했다"며 격리 생활의 소회를 밝혔다. 아래는 B씨와의 일문일답.

기분이 어떤가. 2주간 격리생활을 하다 이제 집에 가는데.  
전역하는 기분이다. 
밖에 전혀 못 나가고 2주 동안 격리돼 있는 건 인생 처음 경험이었을 것 같다.  
교도소가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죄 짓고 살면 절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정말 인생에 다시 없을 경험을 한 셈인데, 값진 경험인 것 같다. 아산·진천 주민들이 보여준 선의를 포함해 이번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도 누군가를 돕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2주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나.  
생각보다 편하고 잘 해주셨다. 집 안에만 있어야 하긴 했지만 밥도 좋았고 감사했다.
격리 생활을 하던 어떤 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도시락 불만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안 그래도 교민 단체 채팅방에 그 얘기도 나왔다. 그런 불평·불만은 하지 말자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그 한 사람 때문에 교민 전체가 욕을 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 글의 내용을 지적하는 교민들이 많았지 동의하는 교민들은 없었다.  
이제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일단 부모님을 만나서 인사드리고 같이 고기를 구워 먹으러 갈 것이다. 임시생활시설에 있다 보니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이 구워 먹는 고기였다. 
우한대학교는 어떻게 되는 건가. 일단 올스톱 상태인건가.
아니다. 2월 17일(월)에 개강한다. 학교 측에서 인터넷 강의를 열었다. 일단 인터넷 강의로 수업을 듣고, 강의 자료도 교수님들이 메일이나 첨부파일로 공유해 놓을 거라고 한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조금 쉬고 수업 준비해야 한다.  
언제 다시 돌아가나.
학교 측에서 일단 이번 사태가 조금 진정이 되면 부른다고 했다. 언제가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2차 전세기 귀국 교민도 16일 퇴소…"전원 음성" 

한편 우한에서 2차로 귀국한 교민 334명도 모두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아 16일 퇴소할 예정이다. 김강립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며 "퇴소를 앞두고 교민들에게는 증상 발생 시 대처요령과 건강관리에 대한 보건교육, 단기 숙소와 일자리를 비롯한 여러 생활 정보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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