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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을래?"와 "아침 안 먹어?"의 차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 (68)

남편이 빨래를 맡아준 주말 오후였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는데 모양새가 평소보다 구깃구깃한 것이 구김방지 버튼을 누르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제 입에서 한 마디 흘러나옵니다.

“건조할 때 구김방지 기능 안 눌렀지?”

그리고 남편을 바라보는 순간에야 아차 하는 생각이 지나갑니다. 이사 후 마무리 안 되는 집안일을 이어가며 예민해 있었던지 유독 남편의 행동에 덧붙이는 말이 많았던 한 주의 끝, 이제는 그만했으면 하는 찰나에 제 말이 또 길어진 겁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늘 건강한 관계와 관계를 위한 대화를 생각하면서도 아차 하는 순간이 일상에서 심심찮게 찾아옵니다. 가족이란 이유로, 편하다는 이유로, 이해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건강한 관계를 위한 노력을 쉽게 잊습니다.

문득 남편이 묻습니다. 잔소리를 왜 듣기 싫다고 하는 줄 알아? 물론 사랑이 있으니, 관심이 있으니 잔소리도 하는 것이라 하지만 그 사랑의 잔소리도 부정적인 언어가 반복되면 잔소리 앞에 자동으로 붙게 되는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되는 것이라 말합니다.

대게 잔소리는 이미 해버린 말이나 행동에 대한 반응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에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고 있지만 그 행동이 지속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질책의 의미가 강해지죠. [사진 Pixabay]

대게 잔소리는 이미 해버린 말이나 행동에 대한 반응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에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고 있지만 그 행동이 지속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질책의 의미가 강해지죠. [사진 Pixabay]

분주한 아침 시간입니다. 가족들이 차려놓은 밥상 앞에 앉을 생각을 않습니다. 가족 중 누군가 말하겠죠.

“아침 먹을래?” 혹은 “아침 안 먹어?”

내용은 아주 비슷하지만 말하는 사람의 뉘앙스에 따라 상대방에게 참 다른 의미로 전달되는 말일 수 있습니다. 물론 부드럽게 아침 먹을래로 시작해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언성이 높아지며 아침 안 먹어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왜 안 해? 왜 못해? 등의 의미를 담아 습관적으로 처음부터 부정적인 말을 던지기도 합니다.

대게 잔소리는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반응입니다. 옷은 왜 그렇게 입었는지, 집안일은 왜 이렇게 했는지 등등 이미 해버린 말이나 행동에 대한 반응인 경우가 많죠. 그 말은 다음에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그 행동이 지속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도대체 너란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냐’는 질책의 의미가 점점 더 강해지죠. 여러분의 잔소리는 어떤가요? 바람을 담은 소리인가요 아니면 그저 질책인가요?

바람이라면 왜 그렇게 했어가 아닌 다음번에는 다르게 해줄 수 있겠냐는 의견이 들어가야 합니다. 왜 안했어가 아닌 “다음에 건조기 돌릴 때 구김방지 기능도 눌러줄 수 있겠어?”라고 말입니다.

부부사이의 대화에 습관처럼 나오는 부정언어는 겨울철 머리끝을 상하게 만드는 정전기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정전기가 반복되면 상한 머리 끝을 잘라내야 합니다. [사진 Pxhere]

부부사이의 대화에 습관처럼 나오는 부정언어는 겨울철 머리끝을 상하게 만드는 정전기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정전기가 반복되면 상한 머리 끝을 잘라내야 합니다. [사진 Pxhere]

일본의 대화 전문가 이오타 다쓰나리는 그의 책 『말투 때문에 말투 덕분에』라는 책을 통해 입술 30초로 인생 30년이 바뀌는 매력적인 말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에 담긴 내용 중에서 특히 부부 사이의 대화에서 필요해 보이는 두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1. 걱정과 설교를 구분하자
상대는 공감을 원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잔소리는 걱정을 가장한 설교인 경우가 많죠.

2. 평가하기 전에 긍정적인 말부터 건네라
호감형 말투와 비호감의 말투는 결정적으로 다음 두 가지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고마워요, 고생했어요 같은 감사함을 담고 있는지와 어떠한 부분을 조금 더 보완하면 어떨까 등의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한 가지라도 더 하는지의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기분 좋은 말투는 “잘했어. 그림만 깔끔하게 수정하면 조금 더 좋겠어!”라고 말합니다. 반면, 들어서 기분이 나쁜 말은 같은 의미를 갖고 있더라도 무조건 비판부터 시작합니다. “그림이 이게 뭐야, 너무 복잡하잖아. 다시 해!”처럼 상대의 수고를 인정해주는 말은 쏙 빠진 채 단점만 꺼냅니다.

머리가 짧은 편이라 커트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미용실을 들리는데, 얼마 전 헤어디자이너가 머리카락 끝이 많이 상해서 평소보다 좀 더 잘라야 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여느 때와 별로 다르게 한 것이 없었는데 왜 그런가 물었더니 겨울이라 건조하다 보니 정전기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파마나 염색으로 상한 머리처럼 눈에 확 뜨이지 않아 본인은 정작 잘 눈치채지 못하지만, 정전기를 통해 머리끝이 상처를 받고 평소보다 더 쉽게 상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겨울엔 헤어에센스 등을 잘 챙겨 발라 정전기라 생기지 않게 관리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문득 부부 사이의 대화에 습관처럼 나오는 부정언어는 겨울철 머리끝을 상하게 하는 정전기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정전기가 반복되면 상한 머리끝을 잘라내야 합니다. 잘라내기 전 반복되는 정전기에 머리끝이 상하지 않으려면 헤어에센스를 준비해야겠죠.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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