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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남의 집 주변 서성인 보건소 직원···자가격리가 만든 야근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음성이었던 환자가 자가격리 과정에 2차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자가격리는 역학조사관이 환자와의 접촉 정도, 중국 체류 등 신종 코로나 감염 의심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최장 잠복기 14일간 집에서 나가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질병관리본부의 ‘신종코로나 대응지침’ 상 자가격리자 외 나머지 가족은 최대한 접촉을 삼간 상태에서 외출도 가능하다.

20번과 8번 확진자 1차 음성에서 양성으로 바뀌어 #자가격리 거부하거나 연락 닿지 않는 사례도 늘어 #격리 제대로 안되면 가족이나 제3자 감염 가능성 커져

7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20번째 확진자(여·41)는 1차 검진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뒤 자가 격리 중 2차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앞서 전북 군산의 8번 확진자는 자가격리 중 1차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격리가 해제됐으나 2차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6일 “일정한 공간에 스스로 격리하는 자가격리는 다른 가족과 접촉할 수밖에 없어 완벽한 격리가 이뤄지기 힘들어 더 세밀하게 관리해야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17개 광역시도 확진자·접촉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7개 광역시도 확진자·접촉자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현행 지침에는 확진자와 밀접접촉이 의심되는 사람은 1차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도 자가격리를 한다. 그러나 자가격리를 거부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4~15일 우한을 포함 중국 각지를 다니다 지난달 31일 귀국한 경기 A시 거주자는 자가격리 조치를 거부하고 연락이 두절됐다.

또 지난달 27일 확진자가 묵은 싱가포르 호텔을 방역 없이 뒤이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경기 B시 거주자는 자가격리(능동감시) 대상자이지만 “그냥 벌금 내겠다”며 거부했다. 자가격리 거부가 잇따르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나서기도 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현재 자가격리 중이지만 그 과정에서 행정력은 낭비되고 방역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경기도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격리거부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이 있는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진료실 소독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이 있는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진료실 소독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는 격리 거부자에 대해 고발조치를 통해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한편, 감염병예방법 제42조, 제47조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에 따라 즉시 강제격리를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신종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자가격리 거부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 논의를 시작했다.

자가격리 시 실제 격리가 제대로 되는지 확인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도와 시군에서 일대일로 공무원들이 대상자와 하루 2차례 이상 전화 통화를 해 집에 머물고 있는지 확인하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다.

 12번째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어린이집 2곳이 휴원한 인천시 중구 보건소 관계자는 “전화 안받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찾아가보면 집에는 있다”고 말했다. 15번과 20번 확진자가 나온 수원시 장안구 보건소 관계자는 ‘전화로만 확인하면 안 나갔다고 해놓고 밖으로 나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런 것들을 다 알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모두 다 감시할 수는 없고 벌금 안내는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휴대전화 특성상 자택이 아닌 외부에서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6일부터 영상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6일 오후 7시 보건소 직원을 불러서 자가격리자와 통화시 반드시 영상통화로 장소를 확인하도록 지시했다”며 “또 밤에는 한번씩 자가격리자 집 주변에서 전화를 걸어 자택에 불이 켜져 있는지 등을 살펴보라고 지시한 상태다”고 말했다. 일부 자치단체는 영상통화로 자가격리 확인을 시도하려다 자가격리자의 반발이 우려돼 포기한 경우도 있다.

6일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의심환자가 다니던 부산 연제구의 한 초등학교가 휴교에 들어갔다. 방역회사 직원이 학교 안에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6일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의심환자가 다니던 부산 연제구의 한 초등학교가 휴교에 들어갔다. 방역회사 직원이 학교 안에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침에는 자가격리자의 경우 별도의 방을 쓰고 식사도 따로 하는 등 가족과 2미터 거리를 유지한 채 생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부분도 지키는지 확인이 쉽지 않다. 특히 자가격리자 가족은 격리 대상이 아니어서 외부 출입이 가능해 8번이나 20번 환자처럼 자가격리자가 확진자가 될 경우 가족을 통한 제3자로의 감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음성이 나와도 고위험군에 대해 자가격리를 하는 것은 8번이나 20번 환자처럼 처음 검사 결과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때문”이라며 “자가 격리 지침을 지키는 것이 가족이나 제3자로의 전파 가능성을 최소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부산·춘천·수원=위성욱·이은지·박진호·채혜선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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