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7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임장 정본을 제출했다. 지난달 30일 싱 대사가 한국에 입국한 지 8일 만이다.
외교부 "석 달 마다 개최, 타이밍 맞은 것 뿐" #12월 들어온 도미타 고지 일본 대사는 두 달, #2018년 해리 해리스 미국 대사 보다도 빨라 #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싱 대사와 도미타 고지(冨田浩司) 주한 일본대사 등 신임 주한대사 두 명으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았다”고 밝혔다.
싱 대사는 앞서 신임장 제정식 전인 지난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설명회를 여는 등 공개 행보를 해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있은 후 사흘 만에 신임장 제정식이 열린 셈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정부가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대중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싱 대사의 공개 활동에 비판 여론이 생기자 제정식을 서둘러 진행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함께 신임장을 제정한 도미타 대사는 12월 3일 들어와서 두 달이나 신임장 제정식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해리 해리스 미국 대사의 사례에 비춰보더라도 싱 대사의 신임장 제출은 빠른 편이다. 해리스 대사는 2018년 7월 7일 한국에 들어와 18일 만인 같은 달 25일 문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말 우연히 타이밍이 맞은 것일 뿐”이라며 “마지막 신임장 제정식이 작년 11월이었고 3개월 간격으로 제정식을 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싱 대사의 경우 공교롭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국가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한 상황에서 중국 대사가 (신속하게 제정식을 하게 돼) 공식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1년에 네 차례 정도 있는 신임장 제정식의 통상 일정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장 최근 신임장 제정식은 지난해 11월 14일이었다.
신임장은 각국에 파견하는 외교 사절에 대해 파견국 국가원수가 ‘외교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보증해주는 문서다. ‘정본’과 ‘사본’ 두 장을 주재국에 제출하는데, 정본은 대통령에게, 사본은 외교부 의전장에게 낸다.
나라별로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은 정본 제출 전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3부 요인과 정식으로 만날 수 없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대사로서 온전히 활동하기 위해선 신임장 제정식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외교부는 싱 대사의 설명회 등 공개 활동에 대해서는 "외교 결례가 아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외교부는 "외교관계에 의한 비엔나 협약 13조에 따라 신임장 사본을 제출한 후 신임 대사는 통상적 외교 활동을 개시한다”며 “싱 대사는 1월 31일 신임장 사본을 외교부에 제출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통상적 외교활동’에 대사관 자체 업무나 외교부 카운터 파트 등 실무진을 만나는 것이 해당된다는 설명이었다. 프랑스 등 다른 국가 사례도 함께 제시했다. 싱 대사는 지난달 31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예방한 데 이어 6일에는 김건 외교부 차관보를 면담하는 등 활발한 외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