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본인은 종로 피하면서…" 단두대 선 TK 불만 폭발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종로와 TK(대구ㆍ경북).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이 두 지역을 놓고 이중고를 겪고 있다. 종로가 '내부'의 고민이라면 TK는 '바깥'의 반발이다. 종로 출마를 놓고 황 대표의 저울질이 길어지자 당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반면 공천 단두대에 선 TK 의원들의 불만은 곪을 대로 곪았다. 얼핏 보면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두 지역이지만 “본인은 종로를 피하면서, 왜 TK 의원들은 밀어내느냐”는 반감이 황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대구지역 의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재옥, 주호영, 곽대훈, 추경호, 김상훈 의원, 황 대표, 강효상 의원.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대구지역 의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재옥, 주호영, 곽대훈, 추경호, 김상훈 의원, 황 대표, 강효상 의원. [뉴시스]

그런 황 대표가 4일 TK 의원 달래기에 나섰다. 황 대표는 이날 대구 지역 의원들과 여의도에서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주호영 의원 등 지역구·비례대표 8명 의원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황 대표는 이날 오찬에서 의원들에게 “마음 같아선 모두 (총선에서) 살아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반면 일부 참석자들은 공관위의 TK 물갈이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 참석자는 “우리가 물도 아닌데 자꾸 (공관위에서) 물갈이를 한다고 해 안타깝다. 표현을 바꾸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TK가 선거 때만 되면 컷오프(공천배제) 1순위로 지목되는데, 2008년 친박연대처럼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 배석한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황 대표가 공관위에 우려를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의원들은 피가 마르는데, (황 대표가) 너무 의례적으로 답하더라"라며 불만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황 대표는 이날 저녁에는 경북 의원들과 만찬을 갖는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월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뒤를 지나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월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뒤를 지나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황 대표 본인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3일 “수도권 험지에 나가가겠다”고 선언한 뒤, 한달 넘게 행선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황 대표와의 종로 가상대결에서 더블스코어로 이긴다는 여론조사도 최근 나왔다. 한 한국당 의원은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하는데, 반대로 이 전 총리 지지율은 올라가고 있다”며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눈치를 본다는 황 대표의 이미지가 이젠 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한국당이 황 대표의 대체 출마지를 두고 어디가 적합한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도 '회피 이미지’를 더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여론조사와 달리 "종로가 해볼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두차례 정세균 의원이 이겼지만,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박진 전 의원 등이 당선되는 등 보수를 향한 우호 여론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오세훈 전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세균 후보가 13%p 이기지 않았나. 여론조사는 참고사항일뿐"이라며 "황 대표가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면 무조건 불리한 싸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무소속 이정현 의원의 갑작스런 종로 출마도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문재인 정권을 끝내야 한다. 저는 분열주의자가 아니다. 모두가 두려워 망설일 때 누군가는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저의 종로 출마를 시작으로 문 정권을 끝장내는데 뜻을 같이하는 모든 정당, 모든 정파가 하나로 뭉치자"고 제안했다. 새누리당 대표를 지냈던 이 의원은 친박 핵심이었다.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약해졌고 종로에 별다른 연고가 없지만, 일부 보수 진영표를 이 의원이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당과 황 대표에게는 악재라는 평가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번 총선은 결국 양당 대결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 의원이 페이스메이커에 불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내에선 황 대표 대신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종로에 출마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당의 중진인 김 전 위원장이 나서면 황 대표도 ‘종로 압박’에서 한숨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김형오 한국당 공관위원장과 최근 만나 출마 관련 이야기를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공관위는 5일 열리는데, 이르면 이날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