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비자물가 13개월만에 1%대…석유류는 12%나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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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를 넘어섰다. 13개월만의 1%대 물가다. 경기 부진과 낮은 물가가 악순환하는 일본식 디플레이션 우려에 한숨 돌릴 틈이 생기긴 했다. 그러나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 여전히 0%대인 장기 물가 추세(근원 물가)를 감안하면 여전히 산 넘어 산이다.

소비자물가, 13개월만 최고치 

소비자물가 상승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4일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79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보다 1.5% 상승했다. 2018년 12월(1.3%)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1월 물가가 반등한 건 지난해 지속적인 저물가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으로 분석됐다. 안현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재작년 폭염으로 가격이 폭등한) 농산물 기저효과가 끝나고 작황 악화로 채소류 가격이 올랐다”며 “국제유가도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농수축산물(2.5%)과 석유류(12.4%)가 크게 올랐다. 대체로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품목이다. 채소류 중 배추는 76.9%, 무는 126.6% 올랐고 택시료(13.7%), 시내버스료(4.9%) 등 공공서비스 가격도 뛰었다. 특히 중동 불안에 따른 석유류의 가격 상승은 2018년 7월 이후 최대다. 전체 물가는 별로 오르지 않는데 가계의 체감 물가는 높은 상황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근원물가 6개월 연속 0%대

근원물가 상승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근원물가 상승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65년 이후 가장 낮은 0.4%를 기록했다. 1~12월 연속 0%대 상승률을 기록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았다. 특히 지난해 9월은 -0.4%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무상교육·건강보험 보장 확대 등 정책적 요인으로 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지만,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민간 소비·설비투자 등 가계와 기업의 총수요가 부진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번 달에도 내수 경기 '체온계' 역할을 하는 근원물가지수는 0.9% 오르는 데 그쳤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등락이 큰 농산물ㆍ석유류 등을 제외한 물가로 장기 추세를 나타낸다. 근원물가는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0%대를 기록 중이다. 가계·기업의 수요 부진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메르스 당시 10개월 연속 저물가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안현준 심의관은 “코로나 전개 상황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2003년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물가에 두드러진 영향을 관측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경우에는 레포츠 이용료, 놀이시설 이용료 등 일부 품목이 1분기 정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로 소비 부진이 본격화하면 저물가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감염자 수가 3명에 불과했던 사스와 달리 감염자 186명ㆍ사망자 38명을 나타낸 메르스 발생 당시, 2015년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 연속 0%대 저물가가 나타난 선례가 있다. 4일 현재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16명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지난 주말(1∼2일) 매출은 지난해 설 연휴 직후 첫 주말(2019년 2월 9∼10일)과 비교해 11% 감소했다. 특히 관광객이 많은 명동 본점의 매출이 30% 급락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 주말 매출은 12.6% 감소했고, 명동 본점 매출은 23.5% 줄었다. 현대백화점도 전체 매출은 8.5%, 본점인 압구정점은 7% 각각 감소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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