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전세기 돌연 지연, 현지 교민 "美·日은 왔는데 왜 우리만"

“미국이랑 일본은 문제없이 자국민을 데려갔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과 인근 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교민 700여명을 데려오기 위해 원래 30일 오전 출발할 예정이던 전세기 운항이 돌연 미뤄지면서 현지 교민들이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정태일 후베이 한인회 사무국장은 30일 본지와의 영상 통화에서 “많은 한국 교민들이 왜 취소가 된 건지, 정확한 이유가 뭔지 모른 채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전세기 탑승에 문제가 없다고 알고 식량도 전부 처분한 뒤 짐을 싸놓고 공항으로 이동하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이들의 귀국을 기다리던 교민 가족의 반응도 비슷했다고 한다. 정 사무국장은 “일부 교민 가족들이 많이 걱정하고 있다. 왜 이렇게 취소가 되고 변수가 생기는지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고 전달받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측 비행 허가가 변경됐다’며 ‘당초 오전 10시 45분까지 톨게이트로 집결하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하고, 오전 중에 다시 공지하겠다’는 내용의 공지가 우한 주재 한국 총영사관이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각은 이날 오전 1시쯤(현지시각)이다.

우한 주재 총영사관은 현지시간 오전 1시 교민 긴급 공지에서 ’오늘 오전 10시 45분까지 (우한 공항) 톨게이트로 집결하기로 했던 공지를 변경한다“며 ’다음 공지를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주 우한 대한민국 총영사관 게시판 캡처]

정 사무국장은 다행히 미리 집결지에 가 있는 교민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공지가) 늦게 올라왔다면 지금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외출이 위험한 상태인데 많은 교민이 큰일 날 뻔한 상황에 놓였던 것 같다”고 했다.

우한에 진입하지 못해 전세기 못 타는 교민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 사무국장은 “현재 120명 정도의 교민이 우한에 진입하지 못해 전세기를 타지 못한다고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우한 현지 교민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서 답답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사무국장은 “일본과 미국에서는 문제없이 이제 자국민을 수송해서 전세기로 데리고 갔는데 한국은 왜 지금 미뤄지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한으로 보낼 예정이던 전세기가 2대에서 1대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걱정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 언론에서 나온 보도 내용은 봤지만, 그와 관련된 전달사항은 없었다”며 ”영사관에서는 다음 공지 업데이트될 때까지 대기해달라고 안내한 상황인데 많은 한인 교민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관련해서 공지를 업데이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우한 총영사관은 영상 통화 직후 전세기 탑승자들에게 오후 8시까지 집결해달라는 공지를 보냈다.

이태윤·김태호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영상=김한솔 kim.hansol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