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뜨거운 감자’ 군복무 학점 인정…이젠 서울대도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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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와 서울대가 업무협약을 맺고 군 복무 중인 재학생에게 일정 학점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장애인 및 여성 단체의 반발을 딛고 지난해 12개 대학에서 시작된 ‘군 복무 학점 인정제’가 서울대로 확대된 것이다.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오른쪽)과 신석민 서울대학교 교무처장이 29일 서울대에서 '군복무경험 학점인정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오른쪽)과 신석민 서울대학교 교무처장이 29일 서울대에서 '군복무경험 학점인정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29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서울대에서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과 신석민 서울대 교무처장은 ‘군 복무경험 학점인정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재학 중 군에 입대한 서울대생은 복무 기간 중 학교에서 사회봉사 활동으로 인정하는 경력에 대해 학점을 쌓을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복무경험 학점 외에 기존 실시 중인 원격강좌 학점 인정제까지 더하면 최대 12∼15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며 “복학 후 학업에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취업을 준비하는 면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번 업무협약 체결을 계기로 현재 12개 대학에서 시행 중인 해당 제도를 올해 24개로 늘릴 계획이다. 국방부는 2018년 강원도립대·건양대·경기과학기술대·경인교육대·구미대·극동대·대구보건대·대덕대·대전대·상지영서대·인하공업전문대·전남과학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군 복무 학점 인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회봉사나 리더십 등 군 복무 중 축적되는 개인의 교육적 경험을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해 학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2018년 8월 서주석 당시 국방부 차관이 육군회관에서 12개 대학 총장 및 학교 주요관계관이 참석한 가운데 '군 복무경험 학점인정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2018년 8월 서주석 당시 국방부 차관이 육군회관에서 12개 대학 총장 및 학교 주요관계관이 참석한 가운데 '군 복무경험 학점인정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군 내부에선 이번 업무협약 체결을 계기로 군 복무 학점 인정제가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해당 제도는 박근혜 정부가 도입에 나섰다가 실패한 전력이 있다. 장애인 및 여성 단체가 군 복무 학점 인정제에 군 가산점제와 마찬가지로 평등권 침해 및 비례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군 복무 학점 인정제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방부는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군 복무 경험 학점인정’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하는 등 여론전에 나섰다. 당시 조사에서 평균 71% 이상이 해당 제도에 '적절 또는 찬성'으로 응답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었다. 또 미국의 군 경력 인증서(VMET·Verification Military Exercise & Training) 제도 등 해외 유사 사례를 들어 제도 도입의 타당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교육부 역시 2017년 11월 고등교육법을 개정하면서 모든 대학이 학칙에 따라 학교 밖의 학습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군 관계자는 “군 복무 학점 인정제는 국가를 위해 헌신 봉사하는 청년 장병들의 군복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의미가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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