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우한 교민 박종천 호소 "불안은 당연, 그래도 고국이 받아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가를 위해서 나와서 애쓰는 일꾼들인데,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전세기 귀국 하루 전 심경 밝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체류하는 교민 박종천(60) 씨는 30일 귀국을 준비하며 이렇게 말했다. 연세대학교 출신 국가대표 농구선수인 그는 지난 2012년 중국 랴오닝성 체육국 농구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우한에서 2년째 후베이성 농구 청소년 대표팀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박 감독은 29일 본지와의 영상통화에서 “고국에서 오지 마라, 너희는 여기도 안 된다, 저기도 안 된다고 하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며 “어머니의 품으로 안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28일 우한 주재 한국 총영사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55분까지(현지시각) 탑승 신청을 받은 결과 총 693명의 국민이 한국 행 비행기 탑승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박 감독은 “현재 우한 시내 네 군데 집결지를 영사관에서 정해줬고 인솔자들이 배치됐다”며 “비행기 탑승 시간 등이 정확하게 통지되면 이제 지역마다 30일 그쪽으로 일찍 가서 셔틀버스에 오르면 된다”고 했다.

“SNS 유언비어 많아”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루머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감독은 “유튜브 같은 데 유언비어처럼 퍼지는 내용은 과장된 부분이 있다”며 “실질적으로 우한 시내는 교통만 다 봉쇄됐지 아파트 내 중소 상점이나 그런 건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야채 같은 건 품귀현상이 일어나서 구하기 힘들고 (물이 부족해서) 만약 전세기가 안 왔다면 수돗물을 받아서 끓여 먹을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보낸 마스크 등 지원 물품에 대해서는 감사의 마음을 보였다. 박 감독은 “제일 급한 병원이나 마스크가 부족한 곳에 먼저 전달하면 좋겠다”며 “일부 유언비어처럼 마스크를 살 곳이 없어서 천으로 입을 가리고 다니거나 하는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우한 교민의 귀국을 우려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저희 700명 전체가 환자가 아니고 어려운 상황이니까 잠시 고국에 가서 피하려는 것이다. 다시 일터(중국 우한)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영상=김한솔 kim.hansol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