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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새시장 개척?기존시장 포화 아니면 신중해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65)

“성장을 위해 이제는 다른 제품, 다른 기능, 다른 시장으로 진출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수많은 대기업이 다양한 시장에 진출해 경쟁력을 유지했듯이 우리도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시장이 어느 정도 반응을 보인 스타트업 대표의 한마디다. 아슬아슬한 순간이다. 성장을 위해 새로운 분야 진출은 필요하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하던 일과 동떨어진 분야에 진출했다가 그동안 쌓아 올린 성과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경우가 숱하게 벌어진다.

괜찮은 성과를 만들어낸 스타트업은 '새로운'이라는 단어를 '개선된, 향상된'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기존 시장에 끝없이 개선된 가치를 더하겠다는 집착이 조금 더 필요하다. [사진 pixabay]

괜찮은 성과를 만들어낸 스타트업은 '새로운'이라는 단어를 '개선된, 향상된'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기존 시장에 끝없이 개선된 가치를 더하겠다는 집착이 조금 더 필요하다. [사진 pixabay]

새로운 기능, 새로운 시장, 새로운 분야. 얼마나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말인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넘치기에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창업가는 늘 이 단어에 대한 유혹에 쉽게 빠진다. 기존 가치와 다른 새로운 기능, 새로운 시장, 새로운 분야로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면 그 기업은 기존 사업에 대한 강력한 집중을 통해 기술상, 운영상 탁월한 역량을 이미 확보했다고 보면 된다.

만약 기존 가치에 대한 역량 확보 없이 새로운 분야가 성공했다면 창업가의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성인군자적 각오가 있을 것이다. 역량 부족으로 인한 실패를 피하기 위해 수많은 사회적 비용을 주변 이해관계인들에게 떠넘겨 이룬 지속 가능하지 않은 가짜 성공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남들이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낸 스타트업은 ‘새로운’이라는 단어를 ‘개선된, 향상된’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기존 시장에 끝없이 개선된 가치를 더하겠다는 집착이 조금 더 필요하다. 기존 고객과 시장에게 보다 개선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영상의 이점은 큰 반면에, 새로운 분야에 섣부른 도전으로 얻게 되는 실패는 치명적일 수 있다. 더욱 기존의 가치를 개선하고, 이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겠다는 집착이 필요하다.

창업가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존에 제공하던 가치에 집중하는 것을 외면하려는 성향이 있다. 이와 같은 성향은 기존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거나 문제에 부딪혔을 때 더 쉽게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런 성향으로 인해 실패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창업가는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새로운 것은 넘치고 할 일은 많지만, 언제 그것을 해야 하느냐를 알고 균형을 잡을 줄 아는 것이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진 pxhere]

창업가는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새로운 것은 넘치고 할 일은 많지만, 언제 그것을 해야 하느냐를 알고 균형을 잡을 줄 아는 것이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진 pxhere]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인 스타트업이 사업개발에 있어 명심해야 할 것은 어떤 역량과 가치에 대해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알면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 유혹을 뿌리치고, 더 큰 가치를 시장에 제공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기존 고객에게 제공하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테두리 안에서 혁신과 개선, 성장을 지향하는 것이다. 기존 고객에게 더 개선된 가치를 경험하게 하고, 새로운 고객이 그 가치를 경험하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혁신, 개선, 성장을 위한 경영 활동의 목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제공하던 기존 가치와 다른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 할까.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를 더 개선할 수 없고, 이런 가치를 제공하는 경쟁자가 넘치며, 새로운 고객 발굴이 불가능해 수익 창출을 오로지 원가경쟁에 의존해야 하는 시장포화상태일 때다. 시장의 특성에 따라 그 시기가 빨리 오기도 하고 늦게 오기도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많은 경우 창업가는 시장포화상태가 오기도 전에 기존 가치와 동떨어진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유혹에 빠진다.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를 숙명이라 여기는 창업가의 태생적 성향 때문이다. 새로운 것은 넘치고 할 일은 많지만, 언제 그것을 해야 하느냐를 알고 균형을 잡을 줄 아는 것이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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