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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업 꿈꾸는 당신에게 펭수가 전하는 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64) 

새해를 맞아 창업을 해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꿈꾸던 미래를 현실화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더는 다닐 수 없게 돼서,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창업을 꿈꾼다. 이전 직장처럼 출근하면 월급이 보장되는 것과 달리 창업은 아무것도 없는 제로 상태에서 시작하게 된다.

무에서 출발하는 창업가에게 펭수의 명언은 많은 영감을 준다. 자신의 인기비결에 대해 펭수는 팬이 있기에 인기도 있는 것이라 답한다. 회사의 비전을 따르는 직원도, 자사 제품에 열광하는 고객도 없는 제로 상태의 창업가는 한없는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일하는 지금이 '휴가'라고 말하는 펭수의 말은 창업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몰입할 정도로 즐길 수 있는 열정과 가진 재주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성공적인 창업의 시작이다. [사진 골든디스크사무국]

일하는 지금이 '휴가'라고 말하는 펭수의 말은 창업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몰입할 정도로 즐길 수 있는 열정과 가진 재주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성공적인 창업의 시작이다. [사진 골든디스크사무국]

펭수에게 올해의 계획을 물었더니 “없습니다. 그냥 하는 겁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하면 펭수와 같은 인기를 누리게 될까? 뒤이어 따라온 펭수의 발언에서보다 자세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지금이 휴가입니다.” 현재 당면한 일을 휴가처럼 즐기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로 느껴진다. 몰입할 정도로 즐길 수 있는 열정과 가진 재주와 경험을 바탕으로 “그냥 최선을 다해 하는 것”이 성공적인 창업의 시작이기에 펭수의 대답이 부러우면서도 남다르게 다가왔다.

스티브 잡스가 암 진단을 받고 본인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자각했을 2005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한 졸업식 연설문이 있다. “일을 진심으로 즐기려면 당신이 위대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여러분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일을 못 찾았다면 계속 찾으세요. 포기하지 마십시오.”

아마도 스티브 잡스는 이런 자세를 갖춘 상태로 창업했기 때문에 애플이 한국 전체 기업의 가치와 맞먹는 약 1500조원(2019년 기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스티브 잡스 같은 첫 단추를 잘 채운 창업가에게 추가로 필요한 준비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나는 대로 살펴보도록 하자.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 사랑하는 일을 못 찾았다면 계속 찾아야한다. 포기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 사랑하는 일을 못 찾았다면 계속 찾아야한다. 포기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시장조사, 경쟁자보다 더 깊숙하게
시장 조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 허술하게 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경쟁자도 모두 알고 있는 정도의 시장조사로는 부족하다. 더 깊숙하게 시장을 알아야 한다. 내가 속한 시장의 주요 키워드를 구글 검색을 통해 자세히 숙지하고 시장 진입에 필요한 최소 자본은 얼마인지, 유통 채널은 어떤 것이 있는지, 경쟁자가 그 채널을 장악하고 있는지 등의 기본적 시장 정보 외에 경쟁자가 놓치고 있는 시장의 잠재적 속성까지 파악해야 한다.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시장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시장에 수많은 플레이어가 있다고 주눅 들지 말고 경쟁자가 풀지 못하는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데 집중하자. 완벽한 시장조사는 없기에 사업을 지속하는 한 끊임없이 시장을 조사하고 탐색해야 한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SWOT(강점·약점·기회·위협) 분석부터 해보자. 가장 초보적인 SWOT 분석이지만 이를 깊게 해 볼수록 수많은 기회와 장벽을 파악하게 되므로 적절한 시장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회사와 개인의 재무목표를 1년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설정하고, 창업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출은 어때야 하며 어떤 사업 성과가 있어야 하는지 측정한다. 목표 설정과 측정을 반복함으로써 일상의 개인과 사업 프로세스에서 무엇이 개선돼야 하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알게 된다.

가능하다면 창업 사업 분야와 관련한 경험이 풍부하고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노련한 전문가와 일하기를 추천한다. [사진 pixabay]

가능하다면 창업 사업 분야와 관련한 경험이 풍부하고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노련한 전문가와 일하기를 추천한다. [사진 pixabay]


양심적인 전문가를 찾아라 
세무, 회사 설립, 재무, 자격 및 허가 취득 등의 업무는 창업가 개인이 도맡아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능하다면 창업 사업 분야와 관련한 경험이 풍부하고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노련한 전문가와 일하기를 추천한다. 양심 있는 전문가의 식견과 경험은 무의미한 수고를 줄이고, 생산적인 발전에 집중하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창업가에게 긍정적인 개인 브랜드가 주는 장점은 크다. 초연결 시대에는 인재 영입, 파트너 제휴, 고객 획득, 투자 유치에 이르기까지 창업 초기에 개인 브랜드는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개인 SNS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진정성이 결여된 과장, 허위 등에 특히 유의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장이 된 후에는 누구도 나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고 지시하고 말해 줄 사람이 없다. 모든 업무를 능숙히 다룰 줄 모른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만, 업무별 전문가들이 모인 공동창업이 아니라면 필요에 따라 본인이 영업도, 기술개발도, 생산도, 채용도, 청소도, 회계도, 배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도저히 할 수 없는 업무라도 최소한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다양한 업무를 다 잘할 수 있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 어떤 업무를 최우선에 둬야 하는지 잘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 내가 하고 싶은 업무만 골라서 하지도 말아야 한다.

스타트업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기민함을 통한 빠른 실행과 방향 전환이다. 완벽함을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바람직한 결과물을 얻기 힘들 것이다. [사진 pxhere]

스타트업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기민함을 통한 빠른 실행과 방향 전환이다. 완벽함을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바람직한 결과물을 얻기 힘들 것이다. [사진 pxhere]


도움 청할 조언자 리스트 작성을
사업 아이디어를 실행하는데 함께하고 도움을 줄 사람은 누구인지 리스트를 작성해보고 그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요청한다. 지인 또는 잠재 고객 리스트를 작성해 뉴스레터를 발송하거나 페이스북 알림을 보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명심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뉴스레터 발송이나 ‘좋아요’ 누르기 요청은 오히려 무례함을 넘어 무시로 여겨질 수도 있으니 삼가야 한다.

운영 자금이 다 떨어지기 전에 제품을 만들어 팔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제품만 만들어서는 안 되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고객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고, 그들이 절실하게 풀고 싶어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파악해 이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많은 창업가가 완벽해질 때를 기다리며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본다. 회사 로고에서부터 팀 멤버까지 완벽하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글로벌 일등 기업도 로고를 바꾸고 핵심 인원을 바꾸며, 제품의 하자를 개선해가며 다음 버전을 출시한다. 스타트업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기민함을 통한 빠른 실행과 방향 전환이다. 완벽함을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바람직한 결과물을 얻기 힘들 것이다. 지속적 개선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과정을 통해 얻는 깨달음의 기쁨에 집중해야 한다.

비난은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줄 뿐이며, 실패를 안하기 위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윗선의 지시만 기다리는 무능한 관료주의에 빠지게 한다. [사진 pixabay]

비난은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줄 뿐이며, 실패를 안하기 위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윗선의 지시만 기다리는 무능한 관료주의에 빠지게 한다. [사진 pixabay]


비난은 금물
“네가 그럴 줄 알았어”, “네가 웬일로 이런 걸 다?”, “넌 그래서 안 돼” 등과 같은 비난의 발언을 삼가야 한다. 스타트업은 실패로부터 배우고 개선한다. (모든 성공은 실패의 반복을 통해 얻어진다) 심지어 창업가 스스로 자신의 실패로부터 배우고 개선할 줄 알아야 한다.

비난은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줄 뿐이며, 실패를 안 하기 위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윗선의 지시만 기다리는 무능한 관료주의에 빠지게 한다.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학습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이다.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은 오히려 커지는데, 불확실성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실패를 비난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성장도 못 한다.

이제 나의 사업 아이디어를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것은 나의 몫이다.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스토리는 현재진행형이며, 진정성을 바탕으로 늘 즐겁고 흥미진진해야 한다. 즐거움을 잊어버리면 열정도 사라진다. 열정이 사라진 사업은 힘들고 고된 여정을 견디지 못하고 말라 비틀어질 뿐이다.

비전과 열정을 갖고 힘껏 달리면 궁극에는 넘어지거나 날아오르게 된다. 그러나 달리기조차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창업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확실히 망한다. 2019년은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어떤 두려움과 절망을 안고 살아가는지 외부에 잘 보여주는 한 해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새해를 맞아 스타트업 창업을 꿈꾼다면 남이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보고 멋진 경험과 배움으로 가득하여 더욱 성장하는 2020 경자년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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