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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경쟁자가 없다는 것은 절망이다, 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61)

“우리와 같은 사업을 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우리가 최초입니다. 경쟁 상대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최고 경쟁력입니다.”

얼마 전 유명기업에서 주최하는 데모데이에 참가한 스타트업 중 상당수가 언급한 내용이다. 유명기업이 멘토링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런 스타트업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가진 아이디어 또는 사업아이템과 유사한 것이 없다는 것은 고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좋다. 고객이 없으면 내가 돈 벌 시장이 아직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사업아이템이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고객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걸로 시장은 없다. [사진 pxhere]

사업아이템이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고객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걸로 시장은 없다. [사진 pxhere]

왜 경쟁 상대가 없다는 착각에 빠지게 될까. 첫째, 시대에 너무 앞섰기 때문이다. 너무 앞선 것은 수많은 저항에 직면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업아이템이 기술적으로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고객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걸로 시장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시시대에 발전기술로 사업을 하려 한다고 상상해 보자. 원시인에게 발전기술은 매우 뛰어난 기술이겠지만, 원시시대에 이 기술을 이용하려면 수많은 관련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므로 결국 사업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고정관념과 시장 인프라를 뛰어넘는 사업은 고객을 움직이게 하는 데 오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

둘째,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가진 역량과 똑같은 역량을 가진 경쟁자만 바라보며 ‘타사에는 없는 유일의 제품’이라는 자만에 빠지게 된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간식인 호빵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은 타 호빵 기업과 비교하며 최고의 호빵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겨울 간식 시장에서 경쟁 상대가 없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간식은 호빵 말고도 붕어빵, 어묵, 호떡, 군고구마 등 넘치고 넘친다. 고객 입장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낼 간식이 굳이 호빵이어야 하는 강력한 이유는 없다. 호빵이라는 나무에 빠져, 다양한 겨울 간식이라는 숲을 보지 못한다. 고객은 자기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해결책을 원하지 특정한 해결책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역량에 집중하지 말고, 고객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열정을 쏟아 풀고자 하는 문제를 다른 사람도 풀려고 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것은 많은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사진 pxhere]

내가 열정을 쏟아 풀고자 하는 문제를 다른 사람도 풀려고 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것은 많은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사진 pxhere]

경쟁 상대가 많다는 것은 시장이 매우 역동적이며, 수많은 고객의 필요가 시장에 존재하고, 거기에 더해 기존 경쟁자들이 아직 풀지 못한 고객의 문제가 많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앞서 데모데이에 참가한 스타트업의 표현은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 사업아이템은 시장 선두주자인 A사와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것입니다. A사의 기존 제품은 아직 B라는 고객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우리는 독특한 방법으로 풀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방법을 A사가 절대 따라 하지 못하는 진입장벽을 갖고 있습니다.”

내가 열정을 쏟아 풀어내고자 하는 문제를 다른 사람도 풀려고 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것은 많은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따라서 많은 창업가에게 시장에 경쟁자가 없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질 신호로 여겨진다. 때로는 스스로 불안감을 줄이려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 믿으려 한다. 그러나, 이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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