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의 황당 檢 인사검증···승진대상자에 "미혼이냐 비혼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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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검찰 중간 간부 및 평검사 인사를 단행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걸린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검찰 중간 간부 및 평검사 인사를 단행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걸린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23일 검찰 중간간부 및 평검사 인사를 발표한 가운데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사전에 승진 대상자들에게 전화해 ‘이석기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미혼이냐, 비혼이냐’고 묻는 등 부당한 인사 검증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생활까지 간섭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차장검사 승진 대상인 사법연수원 29·30기 부장검사들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청와대 행정관은 인사 검증 절차라면서 이석기 사건에 대한 생각 등을 물었다고 한다. 부채 상환 계획이나 결혼에 대한 질문까지 받은 검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한 미혼의 부장검사는 “미혼이세요? 비혼이세요?”는 질문까지 받았다고 한다. 또 한 청와대 행정관은 이미 실형을 받은 이석기 전 의원까지 언급하며 "어떻게 생각하냐", "당시 처분이 맞았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2015년 11월 내란죄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9년이 선고돼 현재 수감 중이다. 이 선고로 2014년 통합진보당은 해산됐다.

이 같은 질문은 주로 공안 분야를 담당한 검사들에게 이어졌다고 알려졌다. 이에 검찰 내부에선 “사상 검증을 하겠다는 거냐”며 “청와대의 인사 검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인사검증은 ‘장차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검사장급) 이상’만 해당됐지만 지난해 말 만들어진 검찰 개혁법안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부장검사급도 인사 검증을 실시했다. 현재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의 최강욱 비서관이 총괄하고 있다. 최 비서관은 조국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줬다는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상황이다.

한편 검찰 내부 논란에 법무부 측은 “사전에 당사자에게 검증 동의를 받고 인사권 행사 차원에서 진행한 절차라 문제 될 게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우림·정진호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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