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이주열 "부동산 정책과 통화 완화 정책, 상충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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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화위원회가 17일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1.2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국내 실물경제의 부진이 일부 완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미·중 무역 협상 진전 등으로 대외여건 불확실성도 다소 완화됐다고 봤다. 일부 금융통화위원(2명)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소수의견을 내기도 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은 뭔지, 국내외 경제 여건과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선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등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기자간담회 질의응답으로 살펴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로 낮아지면서 부동산 경기를 과열시켰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저금리 등 완화적 금융여건이 주택가격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지만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데는 금리 이외에, 여러 가지 요인이 같이 작용한다. 예를 들면 주택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또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에 가격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하는 가격 기대, 정부정책 등이다. 그런 여러 가지 요인이 같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 11월엔 반도체 경기가 올해쯤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로 보나.
D램 가격의 경우 현물가격은 상승하고 있고 고정가격은 더이상 하락하지 않는 안정된 모습 보이고 있다. 반도체 전문 기관들도 D램은 올해 2/4분기에 가면 초과수요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여러 가지 데이터를 최근 보면 반도체 경기가 지난번 전망했던 수준 그대로 흐름대로 가고 있지 않은가 싶다. 조심스럽지만 반도체 완화 회복 전망은 종전 말씀드린 대로 올해 중반에는 회복 국면 들어서지 않겠나 하는 전망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금융통화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금융통화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구조적 문제로 경기 활력 둔화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큰 축으로서 한국은행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나.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경기 대응 거시정책이기 때문에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미시적 정책, 재정정책이 훨씬 효과적이다. 중앙은행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원인을 좀 더 정확히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고, 그걸 기초로 해서 정부에 정책 제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조조정 정책은 사실상 정부, 정치권, 국민의 노력이 다 같이 이뤄져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최근 긍정적인 지표가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예를 들면 11월 산업활동 동향이 개선되는 모습이고 소매판매나 설비투자 숫자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선행지수도 상승한다든가 긍정적 지표가 최근 나타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여기 더해 사실상 우리 경제를 상당히 어렵게 했던 대외여건 두 가지가 있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 교역 위축 및 투자심리 위축이 하나고, 두 번째는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 경기가 부진했던 점이다. 어쨌든 미·중 당국이 1단계긴 하지만 진전을 이뤄냈고, 반도체 경기 회복 전망도 올해 중반 회복될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는 지난해보단 나아지지 않겠나 하는 전망을 갖고 있다.
경기와 물가 상황이 예상보다 좋아지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나.
앞서 현재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해볼 때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간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를 상정해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느냐를 말하기보단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하는 그런 저희의 스탠스로 답을 대신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돼야 한다고 했다. 향후 기준금리를 결정 때 주택가격 하향 안정을 고려할 수 있나.
"통화 정책은 거시경제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하겠다"는 게 바로 한국은행의 목표다. 물가를 포함한 거시경제 안정과 금융 안정. 이 답변으로 대신하겠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완화적 통화정책의 제약 요건 되지 않겠냐 하는 의견이 있는데 타당하다고 보나.
앞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겠다고 말한 바 있고 현재 통화정책 기조도 완화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하는 것과 상충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국은행이 현재의 완화기조를 어느 정도로 유지할 것이냐 하는 것은 금융안정을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 규제가 앞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거라고 보나.
정부가 어떤 정책을 할 땐 항상 순기능만 있는 게 아니고 거기에 따른 대가가 있을 수 있다. 정부 정책은 그런 효과와 비용 다 고려해서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그리고 국민 경제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된다. 정부 부동산 정책도 주택가격 안정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앞세워서 내린 결정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건설 경기는 그 이전 몇 년간 호황에 따른 반작용으로 조정과정을 거쳐왔고 아직도 조정과정에 있다. 정부가 여러 가지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영하면서 소위 국가균형프로젝트, 수도권 주택 확대 공급,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 등 여러 가지 건설 투자에 긍정적인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조정 과정을 걷고 있는 건설 경기를 살려보려는 노력을 정부가 하고 있다고 본다.
미·중 무역분쟁 1단계 합의가 대외적인 리스크를 줄이는 요소라고 보나.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은 워낙 세계 경제와 글로벌 교역을 억눌러온 큰 다운사이드 리스크였다. 그것이 어느 정도 진정된 데 따른 불확실성 완화는 중국의 경기 회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고, 글로벌 투자심리 회복을 통한 글로벌 교역 확대 같은 효과를 기대하게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분적인 부정 효과도 있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플러스 요인이 더 크지 않을까 하고 판단한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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