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직후의 골프장 승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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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골프장신·증설을 무더기로 승인해 주었다는 소식에 우리는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골프장의 농약 공해와 수질오염이 그토록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상당수 골프장이 하수를 그냥 방류함으로써 대표가 입건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는데도 경기도가 마치 국회관련상위의 국정감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듯이 10개소나 무더기 승인해준 것은 도저히 상식적인 행정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승인해준 10개소 중 6개소가 곧 지정될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내에 있다는 사실이다.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되면 골프장이 들어서기가 훨씬 어려워지거나 혹은 승인이 안 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경기도당국이 한꺼번에 승인해준 것은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골프장 승인을 기정사실화하자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번 D10소의 승인은 합법의 요건을 갖췄을 것이다. 그러나 국감직후, 특별대책지역 지정 직전이라는 승인시기를 보거나 골프장을 둘러싼 최근의 들끓는 여론을 애써 외면한 점을 생각하면 그것은 합법은 합법이라도 사리에는 어긋날 뿐 아니라 심하게 말해 뭔가 순수하지 못한 냄새가 느껴지는 것이다.
가령 앞으로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이 지정되더라도 이미 승인을 받은 업자측은 기득권을 쥐게 된 것이 아닌가. 결국 무더기 승인은 아무리 합법이라도 결과적으로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려는 수질보전계획을 하급 행정기관이 알면서도 방해 또는 협조하지 않은 것 밖에 안 되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당국자는 신청된 골프장이 기준에 맞고 하자가 없어 승인했으며 앞으로도 기준에 맞으면 모두 승인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기도측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자면 기준에 맞는다고 무조건 승인해 줄 것이 아니라 골프장을 둘러싼 최근의 여론과 그에 따라 새로 나올지도 모를 정부의 방침을 기다리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경기도 안에 있는 팔당호의 수질오염이 그토록 문제되고 그 오염의 큰 원인 중 하나에 주변골프장도 끼어있음을 도측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골프장에서 쓰는 맹독성농약과 하수방류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경각심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도내에 수십개의 골프장을 가진 경기도인만큼 이런 점을 모른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의 지정계획이 없더라도 골프장의 신·증설에 대한 결정만은 새로운 사회적 합의와 정부방침을 기다려 따라가는 자세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절묘한(?)시기를 택해 10개소나 무더기 승인을 한 것은 중앙 정부의 계획도 우습게 본 것이요, 세론도 무시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폭발하는 골프인구에 따라 골프장의 수요가 큰 것도 알고, 골프장이 지역내에 있으면 지역발전이나 세수입증대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안다.
그러나 팔당호주변의 기존 골프장이나 건설중인 골프장만해도 상수원오염의 우려로 인해 거부감이 큰 터에 다시 경기도가 이런 방식으로 무더기 승인을 해준 것은 경기도 차원의 어떤 합리화로는 통할 수 없다고 본다.
정부는 이 기회에 환경보호와 국토의 공공효율성이란 관점에서 골프장에 대한 새로운 종합검토와 대책수립을 해야 할 것이며, 그런 종합대책의 범위 안에서 경기도의 무더기 승인조치 역시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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