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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르노삼성 노조의 벼랑 끝 전술, 노사 공멸 자초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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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이 지난 10일부터 부분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노조의 전면파업 선언에도 임직원의 80%가량이 출근하자 공장을 최대한 돌려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자 측이 고육책으로 부분 직장폐쇄 카드를 뽑아들었다니 웃지 못할 일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임단협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달 20일 기습적인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 수년간 흑자를 냈는데도 사측이 기본급 동결과 희망퇴직으로 노동자를 압박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파업 참여율이 30% 선까지 떨어지자 노조는 지난 7일부터 ‘게릴라 파업’으로 방법을 바꿨다. 출근한 근로자를 2~3개 조로 나눠 특정 시간에 작업하지 않도록 하는 식이다. 한 개 공정만 멈추면 생산라인 전체가 멈추는 공장 특성을 노린 지능적 수법이다. 이에 맞서 사측은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분 직장폐쇄를 결정했다고 한다.

노조의 파업에 따른 사측의 부분 직장폐쇄는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당시 2018년 임단협을 놓고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자 사측이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는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62차례, 모두 250시간 부분파업을 했다. 파업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계열이 강성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연례행사처럼 파업할 정도로 부산공장이 처한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 지난해부터 반복된 파업으로 누적 매출 손실이 45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완성차 판매 대수는 2018년보다 22% 줄었다. 게다가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연간 10만 대)을 차지하는 닛산자동차 로그 모델의 위탁생산이 올해부터 끊기고, 후속인 XM3 수출 물량도 아직 배정받지 못했다.

르노삼성은 프랑스 본사가 지분의 79.9%를 보유하고 있다. 르노그룹 2인자(제조 총괄 부회장)의 이달 말 방한 시점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르노삼성 노조가 역대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던 지난해 2월 방한한 그는 “부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비용이 그룹 공장 중 최고 수준인데, 비용이 더 올라가면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사는 둘이 아니라 하나의 운명공동체다. 글로벌 생존경쟁이 치열한 마당에 내부의 극한 투쟁과 갈등은 제 무덤 파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공멸하는 지름길이다. ‘민주노총 정권’이란 비판을 들을 정도로 강성 노조에 끌려다니는 문재인 정부도 이참에 기울어진 노동정책을 되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