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호르무즈 해협, 한국선박 20척···1시간마다 위치 추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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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으로 살얼음판이 된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한국 선박 20척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10일 오후 3시)까지는 선박 운항과 정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해운업계는 1시간 단위로 선박 위치를 추적하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실시간 연락망도 가동 중이다.

정부, 카톡방 만들어 실시간 모니터

긴장감 여전한 호르무즈해협. 그래픽=신재민 기자

긴장감 여전한 호르무즈해협. 그래픽=신재민 기자

호르무즈 해협, 왜  

 호르무즈 해협은 이번 갈등의 한 축인 이란 땅 남쪽에 자리해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사일 공격을 받은 미군 기지가 있는 이라크 등과 닿은 페르시아 만과 인도양 아라비아 해로 이어진 오만 만을 잇는 좁은 물길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이 전 세계 유조선의 3분의 1가량이 지나는 중동산 원유의 큰 길목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가 심해질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며 압박해 왔다.

 지난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간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던 유조선ㆍ상선이 잇따라 피격당했다. 당시 미국은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최근 미국 해운청(MARAD)은 “이란이 미국의 해양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6월 공격을 받아 불이 난 유조선에 이란 해군 소속 선박이 접근해 불을 끄고 있다. [AP]

지난 6월 공격을 받아 불이 난 유조선에 이란 해군 소속 선박이 접근해 불을 끄고 있다. [AP]

해운업계, 최악의 상황 대비

 10일 오후 현재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에는 20척의 한국 국적 선박이 있다. 해운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의 상황에 대비해 우회 통항로와 비상 하역지를 찾는 등 대책을 찾느라 분주하다. 기름 값과 운송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커진 점도 부담이다.

 국적선사인 현대상선 관계자는 “미국이 무력이 아닌 경제 제재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일단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내부에 중동사태 대응 TF를 구성해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운항하고 있는 선박에 대한 모니터링을 비롯해 관련 기관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 직원들이 9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에서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과 관련, 호르무즈 해협 및 페르시아만을 통항하는 우리 국적 선박의 위치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 직원들이 9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에서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과 관련, 호르무즈 해협 및 페르시아만을 통항하는 우리 국적 선박의 위치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한국 정부, 카톡방 만들고 24시간 당직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지역의 한국 선박 위치수신 주기를 6시간에서 1시간 간격으로 단축하고 선사 보안책임자와 실시간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는 지난 8일부터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안전 확인을 1일 1회에서 2회로 강화했다. 다만 국적선사 소유 선박이 아닌 다른 선주에게 빌려 운영하는 용선 선박에 대한 파악은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동상황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동상황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범부처 차원에서는 중동 지역 상황에 대해 ‘24시간 모니터링’도 가동했다. 1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동 상황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무엇보다 한국 교민과 현지진출 기업ㆍ근로자의 안전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또 “원유ㆍ가스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정부ㆍ민간 비축유를 방출하는 등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해운물류를 비롯한 교민안전ㆍ금융시장ㆍ국제유가ㆍ실물경제ㆍ해외건설 등 분야별 대책반을 꾸려 종합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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