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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수상 거부한 젊은 작가들 “저작권 양도 요구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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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왼쪽), 최은영 작가. [중앙포토, 연합뉴스]

김금희(왼쪽), 최은영 작가. [중앙포토, 연합뉴스]

소설가 김금희(41)와 최은영(35)이 국내 대표적인 문학상인 '이상문학상' 수상을 거부했다. 두 작가는 저작권을 일정 기간 양도하라는 출판사의 요구에 문제를 제기했다.

2020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통보 받은 김 작가는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3일 수상후보작이 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일차적으로 기쁜 마음이었지만 오후 계약서를 전달 받고 참담해졌다. 수상집에 작품을 수록하는 것과 관련해 계약서를 받아 확인하고는 게재를 못 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저작권을 해당 출판사에 3년 간 '양도'한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라며 "(계약서에 따르면)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으로도 쓸 수 없고 다른 단행본에 수록할 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담해져 수정 요구를 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다른 작가들도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문제를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경애의 마음』, 『너무 한낮의 연애』 등 다수 장편과 소설집을 냈고, 현대문학상·신동엽문학상·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김 작가와 더불어 최 작가도 문학사상사 측에 수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쇼코의 미소』로 잘 알려진 최 작가는 "황순원문학상·현대문학상·젊은작가상 우수작에 오르면서 이런 조건을 겪어본 적이 없다"며 "나를 포함한 작가들이 보다 나은 조건에서 출판사와 관계 맺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우수상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상문학상은 1997년 도서출판 문학사상사가 제정한 상으로 전통과 권위를 자부한다. 대상과 우수상 작품을 엮어 매년 1월 수상작품집을 발간한다.

이상문학상 수상자가 스스로 상을 반납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문학사상사와 기존 수상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계약서에 이런 문구가 포함됐다.

문학사상사 측은 "작가와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고 앞으로는 수상자들과 소통을 더 강화하겠다"면서 "문제가 된 관련 규정은 삭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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