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동전, 해운대 기부천사…올해도 어김없이 “좋은 곳에 써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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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 행정복지센터 앞에 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주민이 동전이 가득 담긴 종이상자를 두고 갔다. 동전천사의 기부는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 해운대구]

지난해 12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 행정복지센터 앞에 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주민이 동전이 가득 담긴 종이상자를 두고 갔다. 동전천사의 기부는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 해운대구]

부산 해운대구에 익명으로 동전을 기부하고 사라지는 ‘동전천사’가 15년째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2005년 첫 기부를 시작으로 올해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12월 27일 해운대구 반송2동 사무소 종이상자 발견 #72만6920원 기부…2005년부터 15년째 선행 #센터측 “50대 남성으로 추정…공동모금회에 기탁”

2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반송 2동 행정복지센터 무인민원발급기 앞에 동전이 가득 담긴 종이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10원짜리부터 500원짜리 동전 수백 개가 여러 봉지에 나눠 담겨 있었다. 직원들이 세어보니 모두 72만6920원이었다. 상자 안에 메시지가 적힌 종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직원들은 매년 이맘때 센터를 찾아 동전을 기부하는 동전천사가 올해도 다녀간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매년 12월 초 직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간 시간에 오는 것으로 봐서는 동일 인물로 추정된다”며 “올해에는 12월 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오지 않는 줄 알았는데 12월 말에 기부하고 갔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구겨지고 녹슬고 때 묻은 돈일지라도 좋은 곳에 쓸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적힌 메모와 함께 86만270원을 기부했다. 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기부할 때 ‘건강이 좋지 않아 내년에는 못 올 수도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남겨 올해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새해를 4일 앞둔 12월 27일에 종이상자를 발견하고 놀랐다”고 말했다.

센터 직원에 따르면 동전천사는 50대 남성으로 2005년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좋은 곳에 써달라’며 동전이 가득 담긴 종이상자를 놓고 갔다고 한다. 센터 관계자는 “50대 남성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센터 차원에서 동전천사를 찾아 나서지 않고 있다”며 “동전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해 좋은 곳에 쓰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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