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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마저 처참히 밀렸다"···비대위 요구 빗발치는 한국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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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하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무참하게 밀렸다. 그런데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으니 처참한 심경이다”(31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자 한국당에선 ‘전략 부재’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당이 잇따라 대놓은 카드(규탄대회→필리버스터→전원위원회→의원직 총사퇴 결의)가 번번이 무산되며 민주당의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론은 “대체 지도부는 무엇을 했느냐”는 책임론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31일 페이스북에 “지도부가 잘못된 결정을 했으면 지도부가 총사퇴해야지 의원 총사퇴 카드는 무엇을 보여주려는 쇼냐”며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하라. 그래야만 야당이 산다”고 지적했다.

국민통합연대 창립대회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이재오 국민통합연대 창립준비위원장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가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국민통합연대 창립대회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이재오 국민통합연대 창립준비위원장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가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당내에서도 비대위 언급이 잦아지고 있다. 한 당직자는 “이대로 가다간 총선에서 거꾸로 심판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며 “아직 선거가 3개월 넘게 남았으니 이제라도 빨리 비대위 체제로 가야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국당에게 비대위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과거 고비 때마다 비대위를 돌파구로 삼았다.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은 2016년 20대 총선 참패 이후 김희옥(전 헌법재판관) 비대위 체제를 꾸렸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에는 인명진(목사) 비대위 체제를 거쳤다. 2018년 6ㆍ13 지방선거에서 패배했을 때도 김병준 비대위가 들어섰다.

지난 2월 2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당대표(가운데 오른쪽)가 김병준 비대위원장으로부터 당기를 건네받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월 2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당대표(가운데 오른쪽)가 김병준 비대위원장으로부터 당기를 건네받고 있다. [중앙포토]

"비대위를 구성하라"는 당 안팎의 요구는 "보수를 통합하라"는 목소리와도 맞닿아 있다. 시민단체인 '국민통합연대'는 이날 보수 통합을 논의할 보수진영 정당, 단체의 대표자 연석회의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통합연대 측은 “국회는 무도했고, 야당은 무력했다”며 “문재인 정권의 폭주에 맞서 야당 대통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불출마 선언을 한 3선의 김영우 한국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황교안, 유승민, 안철수 등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정이라면 더는 간만 보는 정치는 집어치워야 한다”며 “만나서 통합을 논하라. 일단 문재인 정권에 싸워 이겨야 한다”고 적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심재철 원내대표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심재철 원내대표 [연합뉴스]

한국당 지도부도 보수 통합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황교안 대표는 30일 공수처법이 통과 직후 열린 비공개 의총에서 “보수 통합에 대한 방안을 조만간 밝히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저들의 만행을 막기 위해 총선 승리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며 “우파든 중도든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판단하는 모든 분과 함께 가는 대통합의 길을 열겠다”고 했다.

하지만 회의론도 여전하다. 한 한국당 중진의원은 “통합은 달리 말하면 한국당이 공천 등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인데, 총선이 눈 앞으로 다가온 지금 가능하겠나"라고 했다.

손국희ㆍ김기정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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