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호 "송병기 업무수첩서 조국 봤다" 이름 직접 거론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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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장 당내 경선을 포기하는 대가로 청와대로부터 고위직을 제안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30일 오후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울산시장 당내 경선을 포기하는 대가로 청와대로부터 고위직을 제안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30일 오후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청와대와 경찰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가운데 임동호(51)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을 직접 거론해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조 전 장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3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지난 30일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임 전 위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세 번째 조사를 마쳤다. 임 전 위원은 검찰 조사 전 취재진에 “2017년 11월 9일 자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업무수첩) 메모에 ‘임동호를 움직일 카드가 있다고 조국 수석이 얘기함’이라고 적힌 것도 봤다”며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을 언급했다. 30일 서울중앙지검 앞 로비에서 조사 전 기자들과 만나 “송 부시장 노트에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한 전 수석 이야기는 없고 조국 (민정)수석만 있었다”며 “임동호를 움직일 카드가 있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임동호 움직일 카드가 있다고 조국 수석이 얘기'란 대목 있다" 

임 전 위원은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 당내 경선을 포기하는 대가로 청와대로부터 고위직을 제안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검찰에서 고위직 제안이 경선 포기 대가가 아니었고, 한병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등 친구들과 사적으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위원은 지난해 2월 울산시장 출마를 선언했으나 송철호 현 시장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검찰은 한병도 전 수석이 일본 고베 총영사 자리를 언급하며 경선 포기를 종용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한 전 수석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은 경선과 관련해 후보자에게 금품이나 향응, 재산상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 또는 의사 표시를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송병기 부시장의 업무수첩에 대해서도 임 전 위원에게 재차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첩에는 임 전 위원 이름과 함께 ‘자리요구’ ‘임동호 제거’ 등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위원 입에서 직접 조 전 장관 등 청와대 핵심 인사가 나온 만큼 검찰 수사도 윗선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김기현 측근 비리 제보'와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송병기(57)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측근 비리 제보'와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송병기(57)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전 시장 “방송 통해 공격하라는 e메일도 증거로 확인”

검찰은 지난 28일에는 백원우(53)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2017년 10월 민정비서관실이 김 전 시장 주변 비리 의혹을 제보받고 첩보로 생산해 경찰에 보낸 경위를 캐물었다.

검찰은 문모(52) 당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송 부시장에게서 제보받은 비리 의혹을 토대로 첩보 문건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 백 전 비서관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백 전 비서관뿐 아니라 이광철(48) 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 등이 비리 첩보 생산·이첩에 관여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송 부시장의 구속영장에 청와대 민정라인의 선거개입 정황을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광철 민정비서관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임 전 위원과 같은 날 참고인 조사를 받은 김기현(60) 전 울산시장은 검찰 수사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전 시장은 조사가 끝난 뒤 오후 11시쯤 기자들과 만나 “당시 울산시가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내부정보까지 가지고 가서 때로는 방송을 통해서 공격하라는 e메일도 주고받은 정황도 검찰이 추가로 확인한 증거에 있다”고 밝혔다.

지방 선거 두 달 전인 2018년 4월 울산 지역 방송 시사프로그램은 김 전 시장이 소유한 부동산이 KTX 울산역 사이 도로 사업부지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전 시장 당시 울산시 고위 공무원을 지냈던 관계자는 “선거 직전 김 전 시장 의혹을 집중적으로 방송했다”며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와 고위층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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