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인데 생일 4월16일 전? 그럼 내년 총선 팸플릿 날아온다

중앙일보

입력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열린 본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의장석에 앉아 있는 도중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국회는 이날 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김경록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열린 본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의장석에 앉아 있는 도중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국회는 이날 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김경록 기자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가결됨에 따라 만18세로 선거 연령이 낮아졌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고3 학생 일부가 투표를 할 수 있게 된다. 교육계에서는 당연한 권리라는 의견과 함께 학교를 정치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는 27일 오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현행 만19세부터인 선거 연령을 만18세로 낮추는 것이다. 선거 연령은 선거일을 기준으로 한 나이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내년 4월15일로 예정된 총선에는 만18세가 되는 2002년 4월16일생까지 투표권을 갖게 된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법 패스트트랙안 정기국회 상정 보류를 규탄하고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법 패스트트랙안 정기국회 상정 보류를 규탄하고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2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2009년은 초등 취학 연령 기준을 변경한 첫해였다. 이전까지는 3월에 학기가 시작되는 학제에 맞춰 3월생부터 이듬해 2월생까지가 함께 입학했지만 2009년 이후로는 같은 해 1월부터 12월생이 입학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단 2009년은 변경 첫해였기 때문에 2002년 1~2월생은 대부분 전년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상태였다. 따라서 내년 총선에 투표권을 갖게 되는 만18세 중에서 고등학생은 대부분 3월부터 4월16일까지 태어난 학생들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투표권을 갖는 만18세 중 고등학생은 10%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선거법은 선거권뿐 아니라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는 연령도 만18세로 낮추는 내용을 포함했다. 여야 정치권과 교육계 진보·보수 간 의견은 엇갈린다. 여당과 진보 진영에서는 만18세를 기준으로 납세와 국방의 의무가 생기는데 선거권만 없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한국만 선거 연령을 만19세 이상으로 한다는 점도 선거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주요 논거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만18세는 모든 것이 가능한데 투표만 못 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기본권 제한”이라며 “더는 우리나라만 외톨이로 19세 이상 선거 연령을 지속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일 국회 앞에서 선거 연령을 만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반대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일 국회 앞에서 선거 연령을 만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반대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야당과 보수 진영에서는 교실이 정치판이 될 수 있다며 반발한다. 선거 운동이 가능해짐에 따라 고3이 교내에서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게 되고 ‘학생 선거사범’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학교 선거장화 근절 대책과 학생 보호 대책 마련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는데 어떤 논의나 대책 없이 선거 유불리만을 따져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고3 선거’에 대해 아직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거가 잘 치러지도록 선관위, 교육청 등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