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공수처' 공방…與 "한국당이 왜곡" vs 野 "文정권 수사 뭉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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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을 두고 여야 공방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여권과 검찰의 충돌 양상도 빚어져 오는 30일로 예상되는 수정안 본회의 표결 처리를 앞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쟁점① 인지 즉시 공수처 통보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 패스트트랙 저지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 패스트트랙 저지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이 꼽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은 공수처법 수정안 24조 2항이다. 이 조항은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규정한 것으로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4월 공수처법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될 당시 발의된 원안(백혜련안·권은희안)에 들어있지 않은 내용이다.

26일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수정안은 공수처가 (검·경의) 첩보 단계부터 사건을 보고받은 뒤 정권과 관계가 있으면 뭉개겠다는 의도"라며 "(여권이) 정권에 충직한 수사기관을 별도로 만들어 좌파 독재를 이루겠다는 노골적인 속셈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대로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재 진행 중인 현 정부 관련 검찰 수사는 중단되고, 사건을 모두 공수처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4+1'은 한국당이 수정안을 왜곡했다는 입장이다. '4+1' 협상에 참여했던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검·경과 달리 전국적인 인적·물적 조직망을 갖추지 않은 공수처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24조가 없을 경우) 검·경이 나쁜 의도를 갖고 사건을 왜곡 암장하려 한다면 공수처가 이를 방지할 권한이 없게 된다"고 밝혔다.

쟁점② 검사·수사관 자격요건 완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공수처 등 검찰개혁 법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공수처 등 검찰개혁 법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여야는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자격요건 완화를 두고도 충돌을 빚었다. 수정안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조사업무의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으면 임용이 가능하다. '10년 이상'으로 규정한 원안보다 5년이 줄어들었다. 원안에서 '5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했던 수사관의 경우엔 경력 기간 제한을 없앴다.

이를 두고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세월호참사위와 과거사위에 파견됐던 활동가들이 대거 공수처에 합류할 수 있게 문을 터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은 "(원안대로라면) 10년 이상 판검사 가운데 인사를 확보해야 한다"며 "충분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與 "검찰 입법기관 아니다" 

공수처 수정안 주요 쟁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수처 수정안 주요 쟁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민주당은 전날 공수처 수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낸 검찰에 대해선 경고장을 날렸다. 이날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여야 의원들이 합의해 의견을 모은 데 대해 검찰이 입법기관이 아닌데도 (반대) 의견을 표시한 것은 민주당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대검찰청은 전날 대검 관계자 명의의 입장을 통해 "수사착수부터 검·경이 공수처에 사전보고하면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이첩받아가 과잉수사를 하거나 뭉개기 부실수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공수처에 대한 사건 통보는 공수처의 수사 검열일 뿐 아니라 여당과의 수사정보 공유 등으로 수사의 중립성 훼손 및 수사기밀 누설 등의 위험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강도 높은 반대 입장문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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