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떨어졌지만 대출 받긴 어려워”…쪼그라든 대부업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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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경기도 군포에서 서민금융진흥원이 길거리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서민금융진흥원]

지난 8월 경기도 군포에서 서민금융진흥원이 길거리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서민금융진흥원]

정부가 법정 최고 금리를 낮추고 정책서민금융을 확대하면서 대부업이 쇠락하고 있다. 채무자들의 이자 부담은 줄어들었지만, 한편으론 대부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정 최고 금리 인하로 대부업 축소세 #업체 수·대출 잔액·이용자 전부 감소 #저소득층 이자 부담 줄었지만 #오히려 대출 문턱 높아졌단 우려도

26일 금융위원회의 ‘2019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업자 수는 8294곳으로 지난해 말(8310곳)보다 소폭 줄었다.

대출 규모도 감소하고 있다. 대부업계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6월 17조4000억원에서 올해 6월 16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대부 이용자는 2015년 말 268만명에서 올해 6월 200만7000여명으로 줄었다. 대부업자들이 영업을 축소하고 있는 데다 정책서민금융 공급도 확대되면서 대부업 이용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정부는 대부업법이 제정된 2002년 연 66%였던 법정 최고 금리를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내렸다. 현재 법정 최고 금리는 24%, 대부업 평균 금리는 18.6%다. 업체들의 이자 수익이 줄어들자 대출 문턱은 높아졌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올 초 대부업체 250곳을 조사한 결과 연 24%로 최고 금리를 인하한 이후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고 밝힌 곳이 24.7%였다.

지난해 법정 최고 금리가 낮아지며 대출 유형도 달라졌다. 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떨어진 대부업체들이 부실 비율을 낮추기 위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신용대출이 줄고 담보대출이 늘었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신용대출은 9.9% 감소했고 담보대출은 8.8% 증가했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이사는 "최고 금리가 낮아지며 신용대출을 주력 상품으로 다뤄서는 이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제도권에서 담보 없이 신용만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 대부업체인데 여기가 막히면 오히려 취약 계층이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저신용(7~10등급) 이용자에 대한 대부업 대출 승인율(12.6%)은 전년동기(17.0%) 대비 4.4%포인트 줄었다. 신청자 100명 중 12.6명만 대출 승인이 떨어질 정도로 저신용자에 대한 대부대출 문턱이 높아진 셈이다.

한편 정책서민금융은 확대되는 추세지만 아직 저신용자의 자금 수요를 충족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지난 10월 서민금융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바꿔드림론·새희망홀씨·햇살론·미소금융 등 4대 서민금융의 채무자(164만3381명) 중 절반 가까이(47.2%)가 최소 1건 이상 추가 대출을 받았다.

추가 대출을 받은 곳은 대부업이 8조9719억원(39.6%)으로 가장 많았고 저축은행(33.4%)이 뒤를 이었다. 정책서민금융 상품만으로는 자금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저소득층이 결국 고금리 시장에 다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저신용자의 대출 현황을 모니터링하며 정책서민금융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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