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무원연금법 개정 전에 이혼했다면 분할연금 지급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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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연금’ 수급자가 지난해 2만8000명을 넘어섰다. [중앙포토·연합뉴스]

‘분할연금’ 수급자가 지난해 2만8000명을 넘어섰다. [중앙포토·연합뉴스]

공무원인 배우자와 2016년 1월 1일 이전에 이혼했다면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연금분할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공무원연금법 개정법률 시행일 이전에 남편과 협의 이혼한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이하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공무원연금 분할지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원심을 파기했다고 25일 밝혔다.

2014년 남편과 이혼, 2016년 공무원 분할연금 신청

A씨는 공무원 남편인 B씨와 2014년 이혼했다. 부부는 이혼하며 B씨가 받는 공무원연금의 절반을 매월 25일에 A씨에게 지급하겠다고 합의했다.

2016년 60세가 된 A씨는 공단에 분할연금 지급을 신청했다. 분할연금은 이혼한 배우자의 연금 수급권을 인정해 배우자가 연금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16년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분할연금 수급자는 공무원인 배우자와 5년 이상 혼인생활을 유지했고, 65세 이상이어야 한다.

A씨는 개정법이 정한 모든 요건에 해당했지만 공단은 A씨에게 분할연금 지급을 거부했다. 2016년 법률 개정 이전에 A씨 부부가 이혼했기 때문이다. 공단은 부칙조항의 ‘2016년 1월 1일 이후 최초로 지급사유가 발생한 사람’에 A씨가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혼한 시기 중요” vs. “수급권자 조건 갖춘 시기 중요”

1심 재판부는 공단의 결정이 맞다고 판단했다. 개정안이 명시한 2016년 1월 1일 이후에 이혼해야 지급 사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배우자와 이혼했을 것, 배우자였던 사람이 퇴직연금 또는 조기퇴직연금 수급권자일 것, 65세가 됐을 것이라는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시기가 개정법 시행일 이후라면 분할연금 수급권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개정법률에 따른 분할연금의 지급이 가능한지 여부는 개정법률이 정하는 요건들을 모두 충족하여 지급사유가 발생한 시점이 2016년 1월 1일 이전인지 이후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이어 “개정법률 시행 전에 이혼하였다고 하더라도, 개정법률 시행 후에 분할연금의 수급연령에 도달함으로써 비로소 개정법률이 정하는 요건을 충족했다면 분할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대법원에 가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1심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법 개정 전에 이미 이혼한 사람은 다른 요건을 갖추었더라도 신설된 분할연금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고 보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A씨가 이혼 조정을 통해 공무원연금 절반을 B씨로부터 받기로 한 것은 유효하므로 만약 B씨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을 강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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