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한국당이 의석 절반 쓸어간다" 카메라 잡힌 민주당 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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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재원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이 ‘비례한국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선거법 개정안이 다음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면 곧바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설립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수없이 경고했지만, 반헌법적인 비례대표제를 시작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곧바로 비례대표 정당을 결성하겠다”고 말했다.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 당권파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대안 신당)가 합의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26일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자 대응카드를 빼 든 것이다.

"위성정당 창당을 위한 실무작업을 마쳤느냐"는 질문에 김 의장은 “마음만 먹으면 이틀 만에도 할 수 있는 일이고 창당 비용도 거의 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유권자에게 알리기 위해 투표용지 상위에 올라가야 한다”며 한국당 소속 의원 상당수가 일시적으로 당적을 옮길 수 있음도 시사했다. 당명에 대해선 “‘비례한국당’ 명칭을 이미 다른 분이 등록해서 접촉해보려고 한다. 논의가 잘 안 되면 독자적인 당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4+1’은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 연동률 50%를 비례 30석까지만 적용하는 준연동형 비례제에 합의했다. 한국당은 일단 이번 임시국회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로 저지한다는 방침이지만, 26일 임시국회가 재소집되면 곧바로 표결을 통해 통과될 전망이다.

한국당은 이전부터 ‘비례한국당’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준연동형 비례제에서 자칫 비례 의석을 한 석도 가져갈 수 없기에, 비례한국당을 만들면 비례 의석을 따로 챙겨갈 수 있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김 의장은 “민주당도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부 보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24일 오전 본회의장에서 카메라에 포착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의 휴대전화 화면. 비례민주당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외부 전문가의 문자가 전송됐다. [뉴시스]

24일 오전 본회의장에서 카메라에 포착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의 휴대전화 화면. 비례민주당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외부 전문가의 문자가 전송됐다. [뉴시스]

이와 관련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비례민주당’ 당위성을 역설하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는 장면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부대표의 휴대전화에는 외부 전문가가 보낸 것으로 보이는 ‘석패율 제도의 개념…실적 장단점.hwp’이라는 문서가 전송돼 있었다. 이 전문가는 “민주당이 비례당을 안 만들면 자유한국당이 (비례 의석의) 거의 반을 쓸어갑니다”며 “cap(캡)을 15석으로 씌우면 현행 제도보다 민주당 -5, 한국당 +3, 정의당은 변함이 없고 다른 소수 정당들은 모두 +1”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비례 30석에 한해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준연동형 비례제가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부대표는 “네~고맙습니다. 박사님”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상 비례한국당 창당 선언이 나온 마당에 우리 쪽에서도 진지하고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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