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인용 게임'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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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본 중장년층 사이에 게임 열풍이 불고 있다고 AFP통신이 24일 보도했다.

게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중장년층을 사로잡은 게임은 세계 최대 휴대용 게임기 제작업체인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DS 라이트'다. 닌텐도가 DS 라이트용 소프트웨어로 지난해 5월 출시한 '뇌를 단련하는 성인의 DS 트레이닝'은 1년 만에 220만 개가 팔렸다. 후속편인 '더욱 뇌를 단련하는 성인의 DS 트레이닝'은 출시 당일 새벽부터 취급 대리점 앞에 긴 행렬이 생길 정도로 인기였다. 출시 한 달 만에 100만 개가 팔렸다. DS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은 간단명료한 내용으로, 누구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치매를 걱정하는 노인들에게도 선풍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게이머가 계산과 한자 문제 등을 풀어가면 최종적으로 게임기 화면에 '뇌 연령'이 표시된다. 펜과 음성으로 답을 입력할 수 있어 장년층도 손쉽게 도전할 수 있다. 유명 여배우를 기용한 대대적인 제품 설명광고도 중장년층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몫했다. 닌텐도는 이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도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대박을 터뜨린 DS 라이트 게임기 덕에 닌텐도는 3월부터 6월까지 매출액은 1309억2000만 엔(약 1조602억원)으로 85.2% 늘었고, 영업이익은 288억 엔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배나 늘었다.

3~6월의 순익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2% 늘어난 155억5000만 엔에 이르렀다. 내년 3월 끝나는 2006 회계연도 전체 순익 목표도 650억 엔에서 830억 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닌텐도는 올해 안에 '위(Wii)'라는 차세대 게임기도 선보일 예정이다. 닌텐도는 내년 3월까지 600만대의 '위' 게임기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닌텐도의 DS 라이트 게임기에 대항하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의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도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대폭 늘렸다. 게임은 물론 DVD로 녹화한 TV프로그램을 메모리스틱으로 전송할 수 있는 등 어른을 겨냥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내놨다.

AFP통신은 "일본 중장년층 게이머의 증가는 완구 업체들이 자녀를 적게 낳는 소자화(少子化)에 대처하기 위해 1990년대 이후 어른들을 겨냥한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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