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기 "내 수첩 오류 많다···검찰이 송철호와 통화 도청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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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3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최근 검찰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3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최근 검찰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병기(57) 울산 경제부시장이 "현재 검찰에서 조사하는 제 수첩의 내용은 기억이 없거나 머릿속의 생각을 적었기에 사실이 아니거나 오류가 많을 수 있다"며 "사실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23일 오전 11시 3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 23일 기자회견 #송 부시장 "내 수첩, 단순 기록 적은 것" #기록과 실제 사실 다른 부분 해명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도청 의혹도 제기

이날 그는 "검찰은 제 수첩을 '업무' 수첩이라고 단정 짓고 조사하고 있다"며 "그런데 업무 수첩은 일을 하기 위한 수첩으로 육하원칙에 의해 장소·시간·계획 등이 상실히 기록되는 것인데, 제 수첩은 어느 스님과의 대화 등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과 소회·발상·풍문 등을 적은 일기 형식의 메모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 부시장은 수첩의 잘못된 기록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해 31월 31일, 산재전문 공공병원 회의하지 않았다"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사업 부지. [연합뉴스]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사업 부지. [연합뉴스]

송 부시장은 "지난해 3월 31일 저와 송철호 울산시장, 정몽주 울산시 정무특보, 이진석 청와대 사회정책 비서관(현 정책조정비서관)과 모여 (송 시장의 공약인) 산재전문 공공병원을 회의한 것처럼 수첩에 나오는데 이는 결단코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본인이 직접 찾아보니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다. 산재전문 공공병원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송 시장의 공약이었다. 산재를 입은 노동자와 일반인이 모두 드나들 수 있는 병원으로 올해 1월 29일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다.

"검찰, 나와 송철호 시장 전화 도청했다"

또 검찰의 도청 의혹도 제기했다. 검찰이 송 시장과 송 부시장 둘 만의 통화 내용을 특정 방법으로 녹취했고, 이를 송 부시장에게 들려줬다는 것이다. 송 부시장은 "지난 20일 검찰 소환 조사때 '2018년 3월 31일자 진술이 잘못됐다'고 검찰에 말했다"며 "그때 검찰이 갑자기 녹취록을 들려주며 '이 녹음 내용으로 봤을 때 당신과 송철호가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게 분명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들려준 녹취 내용은 송 부시장이 송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2018년 3월 31일 청와대 비서관을 만난 (수첩) 기록에 대해 제가 후보자과 함께 만났다고 말했으니 참고하라"는 내용이었다.

송 부시장은 "이 녹음 내용은 제가 검찰 진술을 마치고 지난 15일 송 시장님과 통화한 것인데 개인적인 대화까지 녹음하게 된 것을 보고 너무 놀라 이의를 제기 했다"며 "검사에게 합법적으로 진행했냐 물었더니 답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철호 시장, 김기현의 산재모병원 오히려 도왔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 수사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 수사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그러면서 송 부시장은 "송 시장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공약인 산재모병원 건립을 막은 게 아니라 오히려 도왔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강길부 의원은 자기 지역구인 울산 울주군에 산재모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2017년 중반 이후 예비 타당성 심사에서 탈락이 예상되자 당시 변호사였던 송 시장에게 여러번 연락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민주당 등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송 시장은 '산재모병원의 예타를 통과시키는 게 맞다'며 도왔다"고 말했다. 정치 상황을 생각해 도와줘서는 안된다는 주변의 반대를 뿌리치고 송 시장이 나섰다는 이야기다.

송 부시장은 "그런데 최근 김 전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그 무렵 산재모병원 예타 통과 되도록 다 했는데 송철호가 막았다'고 했다"며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 전 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내세웠던 '산재모병원'은 지난해 5월 28일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최종 탈락했다. 지방선거 보름 전이다. 김 전 시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후보가 처음 출발하는 스타트하는 날, 그 날 바로 예타를 탈락시켰다"며 "(송철호 시장 당선 위한) 전략에 따라 청와대와 행정 부처가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청와대 등이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미리 알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20일 예비타당성 조사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타당성심사과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압수수색해 업무자료와 컴퓨터(PC) 하드디스크 기록 등을 확보했다.

이날 그는 기자회견을 마치며 "검찰 도청이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것인지 대검찰청과 법무부에서 조사 판단 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검찰 조사를 받아 울산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했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송 부시장의 수첩을 토대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해 왔다. 송 부시장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최측근으로 지난해 지방선거 때 송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며 그의 당선을 도왔다. 다만 올 12월 초 송 부시장이 송 시장의 경쟁자였던 자유한국당 후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의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제보한 당사자로 밝혀지면서 검찰은 송 부시장의 수첩을 확보해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선을 도왔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BH 회의’, ‘BH 방문’ 등 청와대 관계자와의 접촉을 의미하는 일정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또 그의 수첩에는 송 시장의 민주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제거', 김 전 시장의 공약이었던 '산재모병원→좌초되면 좋음'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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