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선희에 퇴짜맞았다···스타일 구긴 비건 결국 '빈손 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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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에 이어 지난 19일 중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0일 ‘빈 손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친 후 약식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친 후 약식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이징에서 북·미 간 접촉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주장해온 연말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북·미간 긴장 국면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비건 대표가 북한과 접촉할 지와 관련해 “발표할 추가적 방문이나 만남이 없다”고 밝혔다. 비건은 중국 시간으로 20일 오후 6시 25분 UA808편으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방한 기간인 지난 16일 북한에 공개 회담을 제안한 비건 대표는 북측으로부터 별다른 응답을 받지 못한 채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후 워싱턴으로 귀국하는 듯 하더니 예정에 없던 19~20일 중국 방문 사실을 발표했다.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극적인 만남이 성사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비건 대표의 동북아 순방에는 대북 협상팀 전원이 수행 중이어서 북측이 호응해 오면 곧바로 북·미 실무 협상도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북·미 접촉의 물꼬를 트지 못한 채 미국으로 돌아간 것이다.

워싱턴이 탄핵 정국으로 접어든 상황이어서 북·미 대화 교착 국면은 더욱 길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미 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켜 상원으로 넘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탄핵 정국이 종료되기 전까지는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 메시지를 내놓기가 어려워 보인다. 공화당 반란표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럴 경우 북한이 협상장에 나올 명분이 생기지 않는다.

비건 대표는 19일 중국에서 뤄자오후이(羅照輝) 외교부 부부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이 대북 제재 전선에서 이탈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급작스럽게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20일 오전에는 러위청(樂玉成) 외교부 부부장과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다만 북한은 비건 대표의 회담 요청을 거부하면서도 대미 비난은 자제하고 있다. 연말 시한 이후 행보를 고심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르면 다음 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개최한 이후 미국에 고강도 도발이란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위성 발사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경 노선으로 급선회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미 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자처했던 한국 정부의 입장만 답답해지는 셈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0일 북·미 접촉 무산과 관련해 “북·미 간에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라고 말했다.

한편, 비건 대표의 부장관 인준안이 19일(현지시간) 미 상원을 통과했다. 비건 대표는 부장관에 취임하더라도 대북 협상을 직접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지난 2018년 8월부터 대북특별대표를 맡아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해오다 지난 10월 말 부장관으로 지명됐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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