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고래가 캠핑가는 소리"···꼬이는 靑 울산선거 해명 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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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ㆍ13 지방선거때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 청와대의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키운다는 야당의 비판이 거세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제보의 접수ㆍ이첩 배경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이 당사자의 해명과 배치되거나, 내부 관계자끼리도 말이 다른 경우가 드러나서다.

지난 4일 오후 청와대에서 고민정 대변인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의혹 제보 경위 및 문건 이첩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브리핑 중 고 대변인이 고래고기 관련 문건을 보여주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청와대에서 고민정 대변인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의혹 제보 경위 및 문건 이첩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브리핑 중 고 대변인이 고래고기 관련 문건을 보여주는 모습.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의 릴레이 거짓말이 가관이다. 거짓말을 거짓말이 아닌 것처럼 거짓말하고 있다”(김현아 원내대변인)고 공세를 이어갔다.

①캠핑장서 우연히 만난 제보자가 여당 캠프 인사?=지난 4일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제보자는 “공직자”이며 “정당 소속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017년 10월 제보를 받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문 모 행정관(지금은 국무총리실 근무)과는 “캠핑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이”라고 했다. 제보 전달 채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였다는 설명도 있었다.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이 5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최초 제보자라는 언론 보도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송 부시장은 제보 사실을 인정했지만 김 전 시장의 수사첩보로 활용된 것까지는 몰랐다고 밝혔다. [뉴스1]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이 5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최초 제보자라는 언론 보도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송 부시장은 제보 사실을 인정했지만 김 전 시장의 수사첩보로 활용된 것까지는 몰랐다고 밝혔다. [뉴스1]

하지만 이 해명은 불과 반나절 만에 당사자에게 뒤집혔다. 언론 취재를 통해 청와대가 지목한 제보자는 송병기 현 울산 경제부시장이라는 게 드러났는데, 2017년 제보 당시 송 부시장은 송철호 후보(현 울산시장) 캠프에서 일하고 있었다. 송 부시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6년 12월쯤 사업하는 친구를 통해 문 행정관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전화로) 안부 통화차 대화하다가 시중에 떠도는 김 전 시장 측근 비리와 관련한 대화를 나눈 것”이며 “행정관이 먼저 물어봐 대답한 것”이라고도 했다.

‘캠핑장에서 만났다’, ‘SNS로 제보했다’, ‘송 부시장이 먼저 제보했다’는 청와대의 3가지 해명이 모두 당사자 설명과 어긋난 셈이다.

②“제보 내용 대부분 알았다”는데…언론 보도 ‘0’=송 부시장은 지난 5일 공개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청와대 해명과 배치된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2017년 하반기쯤 문모 행정관과 김 전 시장 측근 비리를 얘기했고, 이는 언론을 통해 울산시민 대부분에게 알려진 내용”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송 부시장이 ‘울산 시민 대부분에게 알려진 내용’이라고 지목한 사건은 “2016년부터 건설업자 김씨가 북구의 한 아파트 시행과 관련해 수차례 울산시청과 경찰청에 고발한 사건”이다. 그러나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아카이브 ‘빅 카인즈’에서 당시 관련 의혹(키워드: 김기현 아파트)에 대해 1년 치(2016년 10월~2017년 10월)를 검색해 본 결과, 김 전 시장이 아파트 비리에 직접 연루됐다는 보도는 한 건도 없었다.

경찰 사정에 밝은 일부 사람은 언론 보도 없이 고발 자체는 알 수 있었겠지만 적어도 ‘누구나 다 아는 얘기’로 보긴 어려운 정황이다. 이와 관련 김기현 전 시장도 6일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울산시청 압수수색(2018년 3월 16일)을 한 이후 여러 가지 의혹이 알려졌다”고 했다.

③울산 간 건 고래 고기 때문?=울산 선거와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의 이른바 ‘백원우팀’이 지방선거 전인 지난해 1월 울산에 직접 내려간 데 대해서도, 청와대는 줄곧 “울산 고래 고기 사건을 챙기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데 그 근거로 내놨던 보고서가 다시 의혹을 일으켰다. 청와대가 직원들이 울산에 갔다고 밝힌 시점(2017년 1월 11일)부터 보고서(2017년 1월 12일)와 달랐다. 또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나 무엇을 현장 조사했는지는 전혀 없이 고래고기 사건 갈등의 배경만 3문장으로 적혀있었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공개하지 않은 보고서 내용이 더 있지만 민간에 공개하기엔 민감한 부분이 있어 모두 공개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해명이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과 관련해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7일 “연일 해명을 쏟아내고 있는 청와대와 달리, 울산시장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의 진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고래가 캠핑 가는 소리는 멈추라”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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