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어 미국으로 번진 삼성-LG TV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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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미국에서 삼성전자와의 TV 경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시장은 삼성전자가 40.1%(3분기 매출기준)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세계 최대 TV시장이다.

미국에서도 ‘OLED TV’광고로 QLED 저격

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미국법인은 최근 자사의 OLED(올레드, 유기발광다이오드)TV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삼성전자의 QLED TV를 ‘유사 LCD(액정)’ 제품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유튜브 광고를 게재했다. 이 광고는 지난 9월 LG전자가 국내에서 내보낸 ‘올레드 TV 바로알기’ 광고의 미국 버전이다.

주된 내용은 발광다이오드(LED) TV는 백라이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체 발광하는 OLED TV에 비해 색 표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내 광고와 마찬가지로 ‘LED’앞에 각기 다른 알파벳를 붙여 ‘ALED BLED FLED ULED QLED KLED SLED TLED 등의 제품들은 OLED의 성능을 따라올 수 없다’고 설명했는데, 삼성의 ‘QLED’ TV를 겨냥했다는 해석이다. 현재 삼성의 QLED TV는 자발광이 아닌 LCD 패널을 쓴 다음, 퀀텀닷 필름을 씌운 구조다.

LG전자 미국법인 측이 게재한 유투브 OLED TV 광고 화면과 해설문구.

LG전자 미국법인 측이 게재한 유투브 OLED TV 광고 화면과 해설문구.

최대 QLED TV시장서 “QLED는 LCD TV” 직격탄

특히 이번 미국법인이 게재한 동영상 설명에는 “사실 QLED는 LCD TV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In fact, QLED is simply LCD TV technology under a different name)”라고 적어 경쟁사 제품을 더욱 직접적으로 저격했다. 또 “진정한 첨단기술이 적용된 것은 오리지널 OLED인 LG OLED 디스플레이와 TV뿐”이라며 “왜 다른 것(QLED)에 안주하나?(Why settle for anything else)”라고 반문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삼성전자와 비지오(미국), TCL(중국) 등이 QLED TV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역 법인별로 대응할 것”

LG전자는 해당 광고를 주요 해외 법인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 각 국가의 언어로 번역해 내보내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18일에는 베트남에서 같은 광고를 유튜브 계정에 올렸다. 이에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측은 “LG전자의 광고가 근거없는 비방으로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베트남 유관 기관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삼성 측은 “앞으로도 국가별로 법인장 판단 아래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사는 이미 국내에선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 내용으로 소비자를 오도한다"(LG전자), "비방을 통해 영업 방해를 하고 있다"(삼성전자)며 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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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TV시장 1·2위 경쟁 격화 전망

각각 글로벌 TV 1위와 2위인 삼성과 LG는 당분간 TV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유튜브와 TV 광고는 지역별로 같은 내용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며 “QLED가 뭔지, 올레드가 뭔지를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가지 프리미엄 제품이 TV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번 (삼성과의) 경쟁이 단기전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측도 LG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유튜브와 TV를 통해 “대화면에는 더 밝고 오래가는 빛이 필요하기 때문에 QLED에는 백라이트가 있는 것”이라는 광고를 게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시장에서 정당하게 선택을 받아야지 비방을 일삼는 것은 소비자를 오히려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오는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전시회(CES)’ 전후로 두 기업 간 공방이 더욱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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