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법 같지도 않은 법들이 2만 건, 말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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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28일 국히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28일 국히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법 같지도 않은 법들이 2만 몇 건이에요. 말이 됩니까?”

2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한 말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 국회가 사상 최초로 법안 발의 건수 2만 건을 넘겼지만, 법안 통과율 30%도 안 되는 구조적 원인에 대해 질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답변이었다.

제 의원은 “남은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법안 처리를 위해서 노력해야겠지만 저는 사실 ‘그냥 다 모두가 일하지 않는다’ 이렇게 비판을 받을 것이 아니라 어떤 시스템이 잘못돼 있는지 원인을 잘 찾아야 한다고 본다”며 “법안 발의 건수는 늘었는데 발의된 법안을 심사해야 하는 법안 심사소위 날짜가 18대 국회에 비해 200일가량 줄었다.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자 유 총장은 “쓸데없는 법안이 너무 많이 제출된다”며 “각 상임위 입법조사관들과 법제실 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유 총장의 ‘하소연’은 이어졌다.

▶유 총장=“상임위 조사관들이고 법제실이고… 법 같지도 않은 법들 2만 몇 건이 말이 됩니까?”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아니,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을…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유 총장=“아이고 한 10배가 늘었어요 몇달 사이에.”
▶제윤경 의원=“법안의 실질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무총장님께서 말씀하시는 건 좀….”
▶유 총장=“그러니까 법안을 너무 양에 집중 안 했으면 좋겠어요.”

더는 공방이 없었다. 유 총장이 워낙 연륜 있는 정치 원로인 데다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어서다. 유 총장은 민주당 공천을 받아 14·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일 때 대통령과 맞담배를 피우고, 회의 때 졸기도 해서 ‘엽기 수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8년 7월 국회 사무총장에 취임해서도 “예산 먼저 본 놈이 임자라고 어떻게 확보했는지도 모르는 게 줄줄 새는 걸 봤다” “특활비 관행은 잘못이지만 1원도 지원 안 하는 게 상식에 맞나” 등 소신 발언을 해왔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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