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대"…자살 유가족에 절대로 해선 안 될 5가지 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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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다리에 설치된 자살 예방용 생명의 전화. [뉴스1]

서울의 한 다리에 설치된 자살 예방용 생명의 전화. [뉴스1]

극단적 선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두텁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 보낸 유가족은 죄책감과 주변의 손가락질 때문에 제대로 슬퍼하기도 어려울 때가 많다. "불효자다" "나약하게 자랐나 보네" 같은 고인에 대한 험담은 곧바로 유가족의 가슴에 비수처럼 박힌다. 그러다 보니 유가족도 따라서 극단적 선택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ㆍ중앙심리부검센터는 22일 '세계 자살 유족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자살 유가족에 절대 해선 안 될 다섯 가지 말을 발표했다. 고인에 대한 험담은 그중 하나에 들어간다.

정부, 22일 '세계 자살 유족의 날' 기념행사 #교육 통해 다른 유가족 돕는 활동가로 양성 #"네 잘못 아니야"…자살 유가족 위로 5마디 #"고인 될때까지 뭐했어"…상처 주는 5마디

이날 기념식에선 사별 아픔으로부터 회복된 유가족이 또 다른 유가족의 치유를 돕기 위한 '동료지원 활동 준비위원회' 위촉을 진행했다. 앞으로 복지부ㆍ중앙심리부검센터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동료 지원 활동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활동가가 직접 지역 사회의 유가족 자조 모임을 진행하고, 자살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또한 기념식에선 자살 유가족에게 '위로가 되는 말'과 '상처가 되는 말'이 발표됐다. 정부가 지난 9월 공개한 '2018년 심리부검 면담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자살 사건 발생 시 유가족의 71.9%가 사회적 편견, 자책감 등으로 고인의 자살을 주변에 사실대로 알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자살 유가족이 가족과 친지, 친구 등으로부터 상처받지 않고 올바르게 위로받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9~10월 두 차례에 걸쳐 설문조사를 진행해 가장 많은 응답을 받은 '위로가 되는 말' '상처가 되는 말'을 각각 다섯 가지씩 선정했다.

서울 마포대교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위해 설치된 '한번만 더' 동상. [뉴스1]

서울 마포대교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위해 설치된 '한번만 더' 동상. [뉴스1]

유가족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말은 ▶"많이 힘들었겠다" ▶"네 잘못이 아니야" ▶"힘들면 실컷 울어도 돼" ▶"고인도 네가 잘 지내기를 바랄 거야" ▶"무슨 말을 한들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등이었다. 반면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말은 ▶고인에 대한 험담 ▶"이제 그만 잊어라" ▶"너는 고인이 그렇게 될 때까지 뭐했어" ▶"왜 그랬대" ▶"이제 괜찮을 때도 됐잖아"였다. 상처가 되는 말은 대부분 깊은 공감과 이해 없이 공격적으로 던지는 표현들이다.

정부는 이번 선포를 계기로 12월 한 달간 라디오를 통해 '위로가 되는 말 알리기' 캠페인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자살 유가족에게 상처가 되는 말은 피하고 진정한 위로의 말을 전함으로써 유가족이 사회로부터 위안을 얻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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