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 평화유지군 배치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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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미 국무, 레바논 방문
레바논을 방문 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24일 베이루트 정부 청사에서 푸아드 알시니오라 레바논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베이루트 로이터=뉴시스]

레바논 사태의 해법으로 국제평화유지군이 배치될 가능성이 커졌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중동순방을 계기로 이스라엘은 '무한전쟁'에서 '중재수용'으로 입장을 갑자기 바꿨다. 24일 레바논을 깜짝 방문한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레바논의 푸아드 알시니오라 총리와 회담했다. 라이스 장관은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긴밀히 논의했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경유지인 아일랜드에서도 인도적 재앙을 막기 위한 휴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스라엘의 평화유지군 배치 문제는 2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중동평화 아랍-유럽 회담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이스라엘 입장 변화=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23일 "전투 경험을 가진 유럽연합(EU) 국가 군대들로 구성된 새 평화유지군이 레바논 남부에 배치되는 것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아미르 페레츠 국방장관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의 레바논 남부 주둔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중재수용'으로 입장을 갑자기 바꾼 데 대해 현지 언론은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헤즈볼라의 로켓공격으로 3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스라엘로선 더는 장기전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24일 "무차별 공격으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무력화한다는 애초 목적을 이미 상당히 이뤘다"고 입장 선회의 배경을 분석했다. 범아랍 일간 알하야트는 24일 "평화유지군 파견이 이스라엘의 1차적 목표인 '헤즈볼라의 위협 차단'에 부합한다"고 풀이했다. 평화유지군이 레바논 남부에 배치되고 항만경계 등을 맡는다면 헤즈볼라의 추가 공격이나 무기 구입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레바논 정부와 대다수 아랍권도 평화유지군 배치 방안을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평화유지군 파견이 결정되더라도 준비에는 수주가 걸린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의 '완충지대' 확보를 위해 헤즈볼라 거점을 최대한 공격할 것으로 보여 인명피해는 한동안 계속 발생할 전망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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