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발 아래 환상적 구름이 두둥실…여기는 반코앙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6)

6일 차, 베트남 사파 주변 민속 마을 관광

아침 식사를 마치니 오전 9시쯤 됐다. 리무진 승합차를 이용해 사파 주변을 관광하기로 했다. 같은 숙소에 투숙 중인 네덜란드에서 온 여자 2명과 함께 떠났다. 사파는 3100m 고지대에 있는 곳이라 다른 곳으로 갈 때는 차를 타고 한참을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차를 타고 가는 도중 서툰 영어로 인사를 나누고 난 후 드라이버가 강남스타일 등의 노래를 틀어주니 네덜란드 여자들도 몸을 신나게 흔든다. 두 아가씨 덕분에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사파 '반코앙' 지역의 아름다운 구름 모습. [사진 조남대]

사파 '반코앙' 지역의 아름다운 구름 모습. [사진 조남대]

 사파 '반코앙' 지역에서 네덜란드 여성들과 함께.

사파 '반코앙' 지역에서 네덜란드 여성들과 함께.

네덜란드의 두 아가씨는 ‘린다’라는 동명이인인데 27세와 28세란다. 키는 178㎝, 180㎝ 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구름 낀 꼬불꼬불한 도로를 한 시간 정도 달리다 보니 발아래 환상적인 구름이 펼쳐졌다. 반코앙(Ban khoang)이라는 곳이다. 철새가 저 아래 계곡으로 날아다닌다.

드라이버는 사진 촬영하기 좋은 장소에 자동차를 주차해 준다. 사진을 정신없이 찍은 후 한참을 달리자 아름다운 마을이 나타난다. ‘타잔 핀 빌리지(Ta giang phinh)’라는 곳으로 계단식 논과 밭으로 된 아늑한 산간 오지마을이다. 자동차에서 내리자 전통복장을 한 마을 사람들이 몰려온다. 알록달록한 실로 뜬 머리띠나 두건 같은 것을 쓰고 종아리 부분에도 천으로 된 것을 두른 여자들이다.

대부분 나이든 여성이었다. 손가방에 수공예품을 가득 넣은 채 우리 쪽으로 걸어 온다. 그냥 지나가는 마을 사람인 줄 알았는데 관광객을 대상으로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이다.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자 전통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타잔 핀 빌리지' 주민들이 우리를 보고 접근하는 모습. 주민들은 우리 일행을 끝까지 안내해줬다.

'타잔 핀 빌리지' 주민들이 우리를 보고 접근하는 모습. 주민들은 우리 일행을 끝까지 안내해줬다.

일부는 사기도 했지만, 나머지는 사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계속 따라다닌다. 계단식 논과 밭으로 된 마을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지붕은 슬레이트로 되어있으며, 벽체는 판자를 이어 붙여 지어졌다. 더운 지방인 관계로 난방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모양이다.

처음에는 많은 주민이 따라다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할머니 한 분과 아기를 업은 19세 된 엄마가 마을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우리 일행을 계속 따라다녔다. 물건을 한두 개 사 주었지만 더 살 것이 없어 그만 따라오라고 해도 마을 안내를 해 준다며 끝까지 따라 다닌다. 아기를 업은 젊은 엄마는 영어도 잘한다. 힘들 텐데도 그들은 그것이 일상이라 그런지 우리와 이야기하며 동행한다. 측은한 생각이 들어 별로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하나라도 더 사게 된다.

집에서 재봉틀로 민예품을 만들고 있는 젊은 여성.

집에서 재봉틀로 민예품을 만들고 있는 젊은 여성.

'타잔 핀 빌리지' 마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돼지.

'타잔 핀 빌리지' 마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돼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남자들은 집을 고치거나 일을 하고, 소녀들은 집에서 베틀에 앉아 직물을 짜거나 재봉틀로 지갑이나 손가방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할머니나 아주머니는 집에서 만들 물건을 관광객을 따라다니며 판매를 하는 모양이다.

길옆에 어린이집 같은 학교가 있어 들러 보았다. 5∼6칸 정도 되는 교실에는 학생들이 넘칠 정도로 많이 모여 있는데 쉬는 시간인지 우리가 방문하자 반갑게 맞아준다. 엄마들은 아기를 안고 젖을 주기도 하고 어린아이들은 식사를 하기도 한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모습과 비슷하다. 보건소 직원들이 학교에 와서 건강 검진을 하기도 한다.

길거리에는 동물 배설물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고 돼지나 개들도 묶어 놓지 않아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다니고 있지만, 전혀 사납지 않다. 한 시간 이상 마을을 둘러보니 우리의 1960~1970년의 농촌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 집 입구에 혼자 앉아 있는 어린이에게 사탕을 주면 수줍어하면서도 고마워한다.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측은하게 보여 그들의 삶이 더욱더 평화롭고 여유 있게 살아가기를 기도해 본다.

점심시간이 되자 기사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돌아 실버 워터폴(Silve water fall) 옆 식당으로 안내한다. 식당에서 보이는 폭포가 장관이다. 산속 길가에 있는 꽤 큰 식당이다. 상어처럼 생긴 ‘스트론 피시’라는 물고기가 수족관에 많다. 우리 다섯 명과 네덜란드 아가씨 2명과 기사 등 8명이 식사하기 위해 3㎏ 크기의 고기를 신청했더니 식당 종업원은 고기를 끄집어내어 몽둥이로 고기의 머리를 때려 기절시켜 잡는다. 사람은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냄비에 물이 펄펄 끓으면 각종 채소와 고기를 부위별로 익혀 소스에 찍어 먹는 샤부샤부 요리다. 드라이버가 고기를 익혀 우리에게 나누어 주고 먹는 방법을 친절하게 이야기해 준다. 저 아래 계곡에는 구름이 자옥하게 깔려 있고 하얀 은빛의 폭포가 보이는 전망이 좋은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를 한 잔씩 곁들이면서 요리를 먹으니 기분이 너무 좋다. 맥주와 맛있는 요리를 실컷 먹었는데도 10달러를 지불했으니 1인당 1만5000 원 정도다. 가성비가 엄청 좋다.

조금만 기다리면 온다는 버스는 결국 5시 40분이 되어서 왔다. 리무진 버스라고 하기에 고급스러운 큰 영업용 버스인 줄 알았는데 개인이 자가용 밴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다. 불법 자가용 영업 행위다. 사파는 고지대인 관계로 외부로 나가려면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사파에서 하노이 갈 때는 라오까이로 가면 하노이로 가는 고속도로가 있기 때문에 라오까이를 거쳐 가는 모양이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트레일러, 트럭, 버스, 택시 등이 꼬리를 물고 어두운 밤길을 천천히 내려간다. 산길이고 비가 오는 밤이지만 천천히 가니까 사고 위험은 별로 없어 다행이다.

점심 식사를 한 식당 부근에 있는 '실버 워터폴'.

점심 식사를 한 식당 부근에 있는 '실버 워터폴'.

멍멍했던 귀가 평지로 내려오니 뚫린다. 10인승 고급 리무진 밴에 5명이 탔으니 널찍해서 좋다. 라오까이 외곽을 거쳐 하노이로 가는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속도를 낸다. 비가 오는 밤길을 5∼6시간 달려야 할 것이다. 고속도로에는 차들이 드문드문하다. 편도 1차선의 고속도로라 추월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스럽게도 비가 그쳤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배낭여행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야간에 다니는 버스는 대부분 침대차다. 2시간 정도 달리다 휴게소에서 20분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했다. 밤이라 고속도로 휴게소도 조용하다. 5시간 걸려 10시 40분 하노이 호안끼엠호수 부근에 도착했다. 수도라서 그런지 밤인데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끔 눈에 띈다.

주변을 둘러보며 숙소를 찾아보았다. 호텔은 많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다. 사파나 다른 지역의 2배 정도다. 숙소를 구하기 위해 10여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11시 반이 지났다. 이슬비가 내려 여자들은 길거리 처마 밑에서 여행용 가방을 지키고 있고 남자 세 명은 비를 맞으며 교대로 숙소를 구하기 위해 돌아다녔다. 불이 켜진 호텔에 들어가 방이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물으며 다니다 보니 기분이 착잡해진다. 1만∼2만 원만 더 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대부분 호텔은 이제 문을 닫았다. 아직 방이 다 차지 않은 호텔만 드문드문 불을 밝혀 놓았다. 숙소를 구하기 시작하여 2시간이 지난 12시 40분경 57만 동에 저렴한 호텔 방 2개를 구했지만, 비를 맞으며 오랫동안 걷다 보니 지친 데다 기분이 저하되어 방에 들어왔는데도 모두 말이 없다.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 개성이 다르다 보니 말은 하지 않지만, 불만이 조금씩 쌓여가는 것 같다. 여러 명이 함께 장기간 여행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조금 쉰 후 내일 일정을 이야기한 후 새벽 1시 반에 잠자리에 들었다. 피곤하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