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트럼프에 23억 벌금..."자선단체 통해 정치자금 모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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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미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스탠리컵 챔피언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소를 짓고 있다. [AP=연합]

지난달 15일 미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스탠리컵 챔피언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소를 짓고 있다. [AP=연합]

미 뉴욕 법원이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200만 달러(23억 1180만원)의 벌금을 내라고 명령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뉴욕주 샐리안 스케풀러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자선 재단을 정치적, 사업적 목적에 이용했다며 재단에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2016년 대선 아이오와 코커스 앞두고 #‘트럼프 재단’ 이용...참전용사 280만달러 모금 혐의 #법원,“재단 잔여 기금 178만 달러도 다른 기관으로” #트럼프, 자선 기금으로 경매 물품 구입해 반환해야

스케풀러 판사는 "트럼프 재단이 2016년 대선 때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자선 기금이 아닌 정치적 목적의 자금 모금 행사를 열었다"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이 트럼프 재단과 협조 하에 참전 용사 모금 행사를 개최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선거 운동을 목적으로 계획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선 단체는 정치 목적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당시 모금액은 280만 달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년 전 이 사건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며 재판 기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나는 내가 아는 한 대가없이 큰 돈(1900만 달러·한화 219억원)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도 정치적으로 공격받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썼다.

블룸버그 통신은 레티샤 제임스 뉴욕 검찰총장이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자선 재단이 재판없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합의 하에 재단 기금을 정치적 목적으로 전용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스캐풀러 판사는 또 문제가 된 트럼프 재단을 폐쇄하고 남아 있는 178만 달러(20억 5900만원)는 대통령과 관련이 없는 다른 자선단체들에 분배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벌금과 재단 기금 반환금 등 총 378만 달러는 흑인 연합 대학 기금(United Negro College Fund)과 미 홀로코스트 기념관(the U.S. Holocaust Memorial Museum), 저소득층 자선 식사 제공 단체인 밀스 온 힐스(Meals on Wheels) 등 8개 재단에 균등 배분될 예정이다.

제임스 검찰총장은 “자선 재단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우리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반면 앨런 푸터파스 트럼프 재단 변호사는 AP통신에 지난 10년간 재단은 대통령의 돈을 포함해 약 1900만 달러를 수백 개의 자선 단체에 배분했다는 입장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선 경매에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자선기금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재단에 1만1525달러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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