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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을 때 수색해 달라"···실종된 구조대원 엄마의 부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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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헬기 추락 사고 해상수색 [울릉군청]

독도 헬기 추락 사고 해상수색 [울릉군청]

“우리 딸도 남 구하러 갔다가 실종됐는데 또 다른 사람들도 우리 딸을 구조하다가 그렇게 되면 안 되잖아요.” 지난 2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 지가동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을 찾은 박모(29·여)씨의 부모가 해경 관계자들에게 한 말이다. 박씨는 독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 사고로 실종된 구급대원이다.

실종된 구조대원 부모 동해해경청 찾아 하소연 #기상 좋을때 모든 인력·장비 투입해 수색해달라

박씨 부모는 “날씨 좋을 때 모든 인력과 장비를 다 투입을 해서 모든 사람을 꺼내 올릴 수 있도록 최대한 효과적으로 해달라고 부탁 좀 하러 왔습니다. 빨리 좀 해주세요”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제발 빨리…. 제가 목숨을 달라는 게 아니잖아요. 오늘 안으로 빨리 저한테 이쁜 딸이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충남 홍성이 고향인 박씨는 가천의대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병원에서 응급 구조 관련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18년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박씨는 합격 후 중앙119구조본부로 배치되면서 지난해부터 대구에서 혼자 생활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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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청해진함 대원들이 2일 독도 근해에서 수중수색을 위해 무인잠수정(ROV)을 투입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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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기종 헬기 계약 취소해야

박씨 부모는 딸이 중앙119구조본부에서 근무하는 것을 처음부터 불안해했다. 하지만 입교 당시 중앙119구조본부의 초대로 딸의 근무 환경과 업무 내용을 듣고는 안심을 했다. 박씨의 부모는 구조본부에서 대원 본인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어떻게 탈출하는지까지 알려주고 대한민국 국민이 국내외에서 발생한 재난으로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현장에 투입돼 구조 업무를 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박씨 부모는 “딸이 고집을 부려가면서 소방을 택하고 헬기를 타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119구조본부에서 일한 지 1년 됐다”며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아까워서 결혼을 못 시키겠다고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 헬기를 안정성이 증명된 헬기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2016년 3월에 도입했는데 4월에 노르웨이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같은 헬기 2대를 또 구매한다고 계약서까지 작성해 놨다고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해당 헬기 계약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 또 다른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멀쩡한 헬기를 구매해 투입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 헬기는 에어버스사의 EC225 기종으로 소방청이 2016년 3월 인명구조, 산불 진화 등을 위해 도입했다. 국내 도입 한 달 후인 같은 해 4월 노르웨이 해상을 지나던 헬기의 주 회전날개가 본체에서 갑자기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해 탑승했던 13명이 모두 사망했다.

동해·포항=박진호·백경서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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