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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기능까지, 스타트업은 왜 자꾸 추가하려고 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59)

제품개발에서 ‘피처 크리프(Feature Creep’이란 단어가 있다. 의역하자면 ‘기능추가집착증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나치게 과도한 기능추가로 결국 제품 본질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증세로 개발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중 하나다. 보통 ‘올인원(All in one) 제품’에 많이 등장한다. 결론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이 많은 것이 나쁜 것이 아니고 쓸데없는 기능을 넣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고 싶다.

전자사전기기에 사전 이외의 다양한 기능을 넣으면 가격도 높게 받고 소비자들도 좋아할 것이라 여겼다. [사진 Wired]

전자사전기기에 사전 이외의 다양한 기능을 넣으면 가격도 높게 받고 소비자들도 좋아할 것이라 여겼다. [사진 Wired]

Creating Passionate Users. [자료 케시 시에라]

Creating Passionate Users. [자료 케시 시에라]

기능추가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고객에게 전달하기로 약속한 가치다. 비행기 조종석의 기능이 많다고 해서 불평하는 고객은 어느 누구도 없다. 기능을 아무리 늘려도 고객이 인지하는 제품가치의 향상과 만족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보다 더 근본적 문제점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기능추가의 이유가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제품은 실패한다. 왜 많은 스타트업이 쓸데없는 기능을 자꾸 추가하게 되는 것일까? 기업이 성장할수록 더 많은 이해관계자와 고객들이 생김에 따라 제품개발을 담당하는 조직도 복잡해진다.

기능추가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고객에게 전달하기로 약속한 가치다. 비행기 조종석의 기능이 많다고 해서 불평하는 고객은 어느 누구도 없다. [사진 pxhere]

기능추가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고객에게 전달하기로 약속한 가치다. 비행기 조종석의 기능이 많다고 해서 불평하는 고객은 어느 누구도 없다. [사진 pxhere]

제품핵심가치는 고객필요를 중심으로 설정되고 발전돼야 하는데, 이를 간과해 엉뚱한 기능이 추가되고 결국 제품핵심가치도 사라지는 참사를 겪게 된다. 따라서 제품의 핵심가치를 충분히 전달하면서 동시에 고객 필요를 맞추기 위해 추가되는 기능은 기업성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실험과 거절’의 개발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기능추가를 통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가치를 고객이 뼈저리게 인지하고 반복 사용하는지를 ‘실험’해야 하고, 수많은 기능 추가 요구가 핵심 가치와 맞지 않으면 단호하게 ‘거절’하는 개발문화를 치열하게 지켜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제품개발과정에서 누가 가장 쓸데없는 기능을 추가하는지 찾아 내고 이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출과 실적에 대한 압박, 투자자의 요구, 고객의 모든 필요를 채우겠다는 과욕, 개인적 우월감 등으로 인해 고객필요와 제품핵심가치를 등한시하면 서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 특정 기능을 왜 추가하는지도 모르게 된다면 개발과정 전체를 극도의 혼란과 스트레스에 빠지게 한다.

따라서 개발팀 전체가 제품핵심가치를 고수하기 위해 어떤 행동 규칙과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지 측정 가능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개발오너십도 제품핵심가치 기반에서만 달성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측정 가능한 기준을 아무리 만들어 놓아도 ‘왜 해야 하는가’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동기부여가 떨어져 결국 제대로 목표 달성을 하기 어렵다. 우리가 추구하는 제품핵심가치가 고객필요와 어떻게 일치하는지 끊임없이 주지하고 공유해야 한다. 기능추가의 이유와 시점, 제안자 등을 포함한 전 개발과정을 모든 구성원이 낱낱이 볼 수 있는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기업을 자주 본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경영층이 무분멸하고 방만하며 오만한 자세를 보인다. 거듭말하지만 기능추가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고객 필요와 제품핵심 가치에 부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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