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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관찰 또 관찰…창업자가 길러야 할 이 감각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57)  

제품 감각. 대박 사업을 노리는 창업가에게 얼마나 달콤한 단어인가. 제품 감각이 있어야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고 믿고 있기에, 창업가의 역량을 가늠하는 단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제품 감각을 키울 수 있을까? 분명히 제품 감각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은 아니지만, 어떤 환경과 문화 속에서 나를 오랫동안 단련시키느냐에 따라 그 감각이 더 탁월해지는가는 달라진다.

고객이 영위하는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행동에 공감하며,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며, 마지막으로 이를 제품에 녹여내는 총괄적 프로세스가 제품 감각이라는 단어로 귀결된다. 이를 이해하면 왜 제품 감각의 유무에 따라 초기 스타트업이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Product-Market Fit(제품시장 적합성, 이하 PMF)를 찾는 것이 달라진다고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다.

“기술의 눈으로 고객 바라보기” vs. “고객의 눈으로 기술 바라보기”

제품 감각은 고객의 눈으로 바라볼 때 생긴다. 고객이 누구와 만나며 무엇을 사랑하며 무엇에 분노하는지 일상을 관찰하고 또 관찰하자. [사진 pxhere]

제품 감각은 고객의 눈으로 바라볼 때 생긴다. 고객이 누구와 만나며 무엇을 사랑하며 무엇에 분노하는지 일상을 관찰하고 또 관찰하자. [사진 pxhere]

고객 없는 제품 감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것을 고객의 눈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제품 감각이 생긴다. 고객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를 이해하지 않고 내 제품이 그들에게 통할지 알 수 없다. 의도했던 제품 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면, 무조건 돌아가야 하는 곳은 개발실이 아니라 길거리 고객이다.

고객의 일상을 관찰하고 또 관찰한다. 언제 일어나고, 아침에 눈을 뜨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며, 어떤 색을 좋아하고, 누구와 만나면 기뻐하고, 무엇을 사랑하며, 무엇에 분노하고 슬퍼하며, 누구의 이름을 가장 많이 부르고, 무엇을 마음의 시로 써 내려 가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또 관찰한다.

관찰이 끝나고 나면 고객이 가진 문제 중 내가 풀고 싶어하는 문제를 정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맞닥뜨리는 환경과 상황은 어떤지를 파악하고, 고객이 기존의 대안으로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는지 또는 기존 대안이 없다면 향후 어떻게 풀고 싶어하는지를 또 관찰한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반복해서 테스트한다. 빨리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확증편향에 빠져 내가 다 맞는다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고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의 벤처캐피탈 투자 유치 실적은 사업 성공의 기준이 전혀 아니다. 투자 유치금은 오로지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사용해야 할 자금일 뿐이다. 사업의 검증은 사업의 성공에 근접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연구실이 세상의 전부인 삶을 살면서 시장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한 채 기술의 눈으로 고객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위 방식과 전혀 거꾸로의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내가 쓴 논문과 특허를 바탕으로 고객을 바라본다.

월급쟁이로 직장생활을 오래 했다고 해도, 창업을 하면 고객이 전혀 다르게 나타날 때도 있다. 대기업은 고객이 누구인지 대신 파악해줄 수많은 부서가 있지만,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다. [사진 pixabay]

월급쟁이로 직장생활을 오래 했다고 해도, 창업을 하면 고객이 전혀 다르게 나타날 때도 있다. 대기업은 고객이 누구인지 대신 파악해줄 수많은 부서가 있지만,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다. [사진 pixabay]

내가 잘하는 것을 누가 필요로 할까 하는 관점으로 접근하다 보니, 고객의 입장보다는 내 입장이 더 중요하고, 내 입장을 이해하는 가족을 포함한 소수의 집단에 매몰돼서 시장이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기술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발명품을 만들어 놓고 세상이 날 몰라봐 준다고 한탄하는 모습을 우리는 심심찮게 본다.

면벽 수양을 통해 세상을 깨닫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5살부터 동굴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수십 년간 경험한 사람들이 동굴에 들어가면서 탄생한다. 제품 감각도 똑같은 과정을 겪으며 길러진다. 아무리 해당 분야에서 월급쟁이로 직장생활을 오래 했다고 하나, 같은 분야에서 창업했을 때의 고객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때도 있다.

거대 기업에서 근무하다 창업한 사람들이 자주 겪는데, 이유는 직장생활을 하며 경험한 고객의 모습은 기존의 브랜드와 각종 인프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습이라 무에서 유를 창출해야 하는 바닥 스타트업의 제품을 대하는 고객의 모습과 다르기 때문이다.

제품개발 단계에서 꼭 갖춰야 할 제품 감각은 고객이 누구인가를 철저하고 끊임없이 파악함으로써 길러진다. 대기업은 고객은 누구인가를 대신 파악해 줄 수많은 부서가 존재하지만,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다. 제품 감각은 자신의 경험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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