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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설문 응답자, 답변 따로 행동 따로…왜 그럴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55)

외형적 성장은 광고나 홍보로도 쉽게 나타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유의미한 성장을 이뤘다고 보긴 어렵다. [사진 pxhere]

외형적 성장은 광고나 홍보로도 쉽게 나타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유의미한 성장을 이뤘다고 보긴 어렵다. [사진 pxhere]

사업은 PMF(Product-Market Fit, 시장적합성)을 달성하는 순간 초기 사용자 수가 늘어나는 등 시장이 제품에 반응하는 현상인 ‘견인력’을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이 단계를 거쳐야 사업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르게 된다. 명심해야 할 것은 PMF를 달성하면 외형적 성장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지만, 외형적 성장이 있다 해서 모두 PMF를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외형적 성장은 유명 연예인 및 인플루엔서를 통한 일시적 광고·홍보, 임직원 및 협력업체에게 제품 밀어내기, 경쟁업체의 내부 문제 등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의미한 성장을 이뤘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PMF 달성 없는 성장 추구는 일시적 성장을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은 우하향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설문조사의 함정

많은 스타트업이 PMF를 찾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사용하는 것이 설문조사지만 조사 대상자의 결과값이 실제 행동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설문 내용이 개인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나게 하는 경우 대상자는 본심과 다른 답변을 하기도 한다. 가령, 연구개발 담당자에게 새로운 기술의 습득에 대한 의사를 묻는다면 실제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데도 적극적으로 습득하겠다고 응답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은 연구개발자를 위한 지식서비스 사업을 추진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아무리 ‘순추천지수(Net Promoter Score, NPS)’가 높게 나오더라도 실제 고객의 행동은 설문 답변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설문조사에서 이런 오류를 줄이려면 설문 대상자 수를 늘리는 방법도 있으나, 스타트업에게는 그리 권장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제품이 시장에 적합한지 알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실제 사용 고객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다. [사진 pexels]

제품이 시장에 적합한지 알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실제 사용 고객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다. [사진 pexels]

따라서 PMF 달성을 증명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은 역시 실제 사용 고객의 반응이다. 어설프더라도 창업가가 지향하는 가치를 잘 담아낸 ‘최소 유효 제품 (Minimum Viable Product, MVP)’을 빠르게 출시해 잠재 고객이자 설문 조사 대상자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고 그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뭐야? 이렇게 어설픈 제품을 만든 거야?”라는 반응이 두려워 MVP를 출시하지 못하는 창업가가 많다. 사실 MVP는 실수와 실패의 요소를 잔뜩 담고 있다. 이를 개선하게 되면 시장이 원하는 최고의 PMF를 달성할 수 있다. 자존심이 강해서 비판을 참아내지 못하는 창업가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려고 하지만 사업에 성공하기 쉽지 않다.

제품·서비스 기획 의도와 일치하는 반응을 보인 고객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가를 나타내는 ‘유지(Retention)’ 분석과 동시에 미사용 고객에 대한 분석도 해야 한다. 이럼으로써 스타트업이 목표로 하는 시장과 고객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 이에 맞는 PMF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의미 있는 ‘고객유지(Retention) 값’을 얻기 위해 시간을 그나마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제품을 완벽하게 만들어 출시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빠르게 MVP를 내놓는 것이다.

고객반응 측정 시간 단축시키는 MVP

PMF 달성을 증명할 수 있는 고객 반응 모수가 적은 것도 문제가 된다. 우리 제품·서비스가 없으면 매우 실망할 것 같다고 반응한 고객의 수가 적고, 그 수가 더 이상 늘어나지도 않는다면 한정적 틈새시장용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조그마한 가게 형태로 사업을 유지하려 한다면 이와 같은 상황이 별 문제가 없겠으나, 미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외부 투자자와 및 벤처캐피탈로 부터 투자를 유치해 성장을 추구하려는 스타트업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PMF를 달성한 후에는 성장을 위한 유통, 광고홍보, 브랜드 등의 사안에 대해 전략적 실험을 해봐야 한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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