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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너무 좋아 김치껌 만든 사업가, 대박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56)

김치를 너무 좋아해 김치껌을 만든 사업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사진 pixabay]

김치를 너무 좋아해 김치껌을 만든 사업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사진 pixabay]

김치를 좋아하는 재력가가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어느 날 김치 맛을 내는 껌을 만들어 한식 한류를 타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김치 껌 사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종종 창업가는 ‘내 제품은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왜 그동안 없었을까, 혹시 내가 필요한 만큼 다른 사람은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라고 자문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 나만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을 ‘고독한 발명가’라고 한다. 그러나 창업가는 다수의 사람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다.

고독한 발명가 vs 창업가

번뜩이는 사업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은 본인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창업가 기질을 타고났다고 믿는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창업가 기질이라고? 천만에. 독창적이라고 여겨지는 아이디어도 막상 세상에 널려 있을 정도로 유사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단지 그 아이디어를 실행에 아예 옮기지 못했거나, 옮기더라도 제대로 옮기지 못했거나, 또는 옮기자마자 바로 망하기 때문에 마치 세상에 보기 드문 아이디어처럼 보일 뿐이다.

내가 가진 창업 아이디어가 얼마나 고객에게 실질적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주도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내 아이디어를 통해 고객이 가진 문제를 얼마나 멋지게 풀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문제요? 고객은 문제가 뭔지도 모를걸요? 하지만 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보는 순간 너무 좋아서 안 살 수 없을 겁니다”라고 기대한다면 큰코다친다. 고객은 당신의 제품에 관심도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 아이디어는 풀고자 하는 문제가 분명하게 있어야 하며, 매우 상세하고 예리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사업 아이디어는 풀고자 하는 문제가 분명하게 있어야 하며, 매우 상세하고 예리해야 한다. [사진 pixabay]

모든 사업 기회에는 명확한 문제 설정이 내려져야 한다. 문제를 제대로 명확히 이해해야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 것이고, 소수의 고객이라도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사업 아이디어는 풀고자 하는 문제가 분명하게 있어야만 하며, 문제의 설정은 매우 상세하고 예리해야 한다.

잘못된 문제는 수많은 노력이 담긴 위대한 제품을 망쳐놓는다. 옴니아가 그랬고, 구글글래스가 그랬다. 옴니아와 구글글래스는 고객이 지금 당장 풀고 싶어하는 문제를 해결해 줄 제품이 아니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제품이었다. 그나마 삼성전자와 구글은 다른 여러 경로를 통해 제품 실패가 치명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했지만, 가난한 스타트업은 그럴 여유가 없다. 망하는 거다.

문제 설정 잘못했다간 망해

예시로 든 ‘김치맛 껌’ 사업가는 상세하고 예리한 문제 설정부터 해야 했다. 그는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김치맛 껌이 없다’에서 그치면 안 된다. 조금만 더 상세하게 문제 설정을 해보면  만약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김치맛 껌이 없다’로 문제설정을 한다면 잠재 고객 규모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해 과도한 기대와 자원이 잘못 투입될 수 있으며 실패의 가능성도 더욱 높일 것이다.

그러나 ‘껌을 씹는 이유가 구강 청결이 아닌 특정한 맛을 상시로 느끼기를 원하고, 김치 및 김치와 유사한 미각에 매우 익숙하며 동시에 껌에 해당 맛을 첨가해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에게 김치맛 껌이 없다’로 설정하면 보다 명확한 타깃을 정할 수 있으며,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보다 용이할 것이다.

창업가가 설정한 문제가 고객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검증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고객을 직접 만나 그들의 24시간 일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창업가가 설정한 문제가 고객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검증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고객을 직접 만나 그들의 24시간 일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위에서 설정한 문제에 대해 다음 질문을 스스로 해보자.
- 제품을 살 사람은 누구인가.
-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 경쟁사의 해결책에 대해 고객이 가진 불만은?
- 해당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가.
- 시장의 어느 부문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가.

김치껌 문제를 바탕으로 위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 제품을 살 사람: 껌을 섭취하는 이유가 구강 청결이 아닌 특정한 맛을 상시로 느끼기를 원하고, 김치 및 김치와 유사한 미각에 매우 익숙하며 동시에 껌에 해당 맛을 첨가해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
- 그러나 현실적으론 김치와 껌을 동시에 씹을 경우 이물감 등으로 고통받고 있음.
- 전체 껌 시장은 정체되어 있으며, 김치맛 껌과 같이 특이한 맛을 추구하는 분야는 하락세가 두드러짐.
-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풍선껌과 같이 재미 목적의 껌.

사업 초기에 자신만만해 하던 고객의 문제에 대해 다시 되짚어 보는 기회를 가져보도록 하자. 그래야 흥분하며 ‘유레카’를 외쳤던 고객의 문제가 실제로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보다 현실적인 예측이 가능해지고, 무엇보다 내가 발견한 문제가 옳은지 가늠이 된다. 내가 발견한 문제에 자아도취 되고, 자존심 때문에 아집에 빠지는 것은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창업가가 설정한 문제가 고객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검증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가 고객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24시간 일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다. 고객 인터뷰와 일상 관찰을 통해 고객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유, 각 이유별 해결 방식, 현재 취하고 있는 해결 방식의 문제점, 활용 빈도 등으로 구분해 분석하다 보면 고객이 누군가가 해결해 주길 바라며 절실히 기다리는 지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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