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정치 안해봐서 몰라"···보수통합 압박하는 공화당·변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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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혁'과 우리공화당이 보수통합을 두고 양쪽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영입인재 환영식'에 황교안 대표가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에게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변선구 기자

31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영입인재 환영식'에 황교안 대표가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에게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변선구 기자

1일 오전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대표는 정치를 잘 모른다”며 “한국당이 중구난방, 백가쟁명식으로 가면 국민들에게 외면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한국당은 ‘나경원 당’ 다르고 ‘황교안 당’ 다르다.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 다르고 박근혜 전 대통령 좋아했던 사람들 얘기 다르다”며 “무슨 정책을 할 때마다 들쭉날쭉해서 한국당 지지했던 어떤 부류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다른 부류 사람들 화나게 하고 그런다. 한국당이 ‘우리는 어떤 당이고, 어떤 사람들과 총선을 준비한다’고 말을 분명하게 전하고 행보를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황 대표가 주장해 온 ‘보수통합’의 방향이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홍 대표는 “황 대표는 자길 받들고 있는 이른바 옛 친박들 눈치도 봐야겠고, 우리공화당 봐야겠고, 유승민과 탄핵 찬성세력도 무시해선 안 될 것 같고, 이런 데 대해서 좌고우면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한국당이 어떤 당이라고 결정해서 국민들께 말하기 전에는 계속해서 이렇게(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황 대표는 보수통합의 방향 설정 및 시기에 대해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조국 정국’을 거친 뒤인 10월엔 보수통합에 대해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자유민주 세력이 함께해야 한다. 대아(大我)를 위해 소아(小我)를 내려놓겠다는 자세를 갖는다면 대통합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보수통합과 관련해 구체적 조건을 제시한 유승민 변혁 대표도 우리공화당과 반대편에 서서 황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유 대표는 통합의 세 가지 조건으로 ① 탄핵의 강을 건너고 ② 개혁보수 노선을 수용하며 ③ 낡은 집을 짓고 새집을 지을 것을 제시했다. 유 대표는 지난달 28일 한국외대에서 특강을 한 직후에도 “(보수통합에 대해)제가 조급한 건 전혀 없다. 저는 원칙을 분명히 밝혔고 할 말을 다 했기 때문에 이제는 답을 해야 할 사람의 몫”이라며 “그 원칙에 동의 안 하면 적당히 타협할 생각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변혁 내에서도 “황 대표가 보수통합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한국당이 달라진 것도 없는데 그냥 들어오란 식”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쪽에서 압박이 심해지면서, 한국당 내에서도 보수통합이 진전되지 않는 데 대해 연일 우려가 제기된다. 장제원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요즘 통합의 목소리가 소멸돼 가는 느낌이다. 조국 사태로 인한 지지율 상승이 오히려 보수통합을 가로막고 있다는 뜻인 ‘조국의 저주’라고들 한다”며 “잊혀진 계절이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신상진 의원도 지난달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찢어져 있는 보수진영의 통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남권에선 내년 총선에서 우리공화당과의 후보난립을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황 대표는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의 지적에 대해 “당 밖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하는 것을 우리가 다 대응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라고 반박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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