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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세 총장’ 조선대의 블랙코미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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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경호 기자 중앙일보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지난달 31일 광주광역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 학교법인 이사회에 의해 2차례 해임된 강동완(63) 조선대 총장이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현 총장의 직위를 인정한 법원과 교육부의 판단은 법과 원칙에 따라 대학을 운영하라는 준엄한 경고”라고 말했다.

강 총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2차례의 직위해제와 2차례의 해임을 당했다. 이사회가 지난해 대학평가 때 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한 책임을 물어 총장직에서 물러나도록 해서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3월 강 총장의 ‘직위해제’는 무효, ‘해임’은 취소결정을 내렸다. 이에 강 총장은 지난 6월 총장직에 복귀했지만, 이사회에 의해 또다시 해임됐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와 같은 총장 공방전은 지난달 1일 정점에 달했다. 강 총장이 해임을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에서 민영돈 의학과 교수가 후임 총장 후보자로 선출됐다. 당시 조선대는 홍성금 총장 직무대리가 사실상 대학을 이끌던 터여서 ‘한 지붕 세 총장’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이사회는 최근 민 교수에게 총장 임명장을 건네려 했으나 이번에는 법원이 막아섰다. 광주고법은 “강 총장의 해임에 대한 교육부의 결정 때까지 총장 임명을 중지하라”고 판결했다.

이를 놓고 조선대 안팎에선 “주인 없는 대학의 구성원들이 밥그릇 싸움만 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1988년 옛 경영진인 고 박철웅 전 총장 일가가 물러난 뒤 30년 동안 심각한 내홍을 반복해와서다. 조선대는 다른 지방대들이 혹독한 구조개혁을 하는 동안에도 임시(관선)이사와 정이사 체제를 반복하며 큰 변화 없이 편안한 길을 걸어왔다. 이 부분이 반영된 대학평가 결과를 놓고도 “한 명의 희생양을 내세워 나머지 구성원들은 자리만 지키려 든다”는 말도 나온다.

이제 지역민들 사이에선 “주인이 없으면 시민들 눈치라도 보라”는 말이 나온다. 조선대는 1946년 광주·전남 지역민 7만2000여 명이 돈을 걷어 세운 국내 최초의 민립대학이다. 호남권 최대 사학이면서도 대학평가에서 탈락한 불명예를 벗으려면 몇몇 대표자가 아닌, 구성원들 모두가 뼈를 깎는 쇄신의 모습을 보여줄 때다.

최경호 광주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