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기환송심 나온다…'말 3마리' 다시 쟁점될까

중앙일보

입력

[연합뉴스]

[연합뉴스]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법정에 선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5일 오전 10시 10분 뇌물 공여ㆍ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시작한다. 이 부회장은 이날 공판에 참석할 예정이다. 상고심에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해 2월 항소심 선고 공판 이후 627일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지난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에서 이 부회장이 박근혜(67) 전 대통령과 최순실(본명 최서원ㆍ63)씨에게 공여한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던 정유라의 말 3필(34억1797만원 상당)과 최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16억2800만원)을 모두 부정한 청탁에 따른 뇌물이란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말 3필(살시도ㆍ비타나ㆍ라우싱)의 값과 영재센터 후원금이 뇌물로 인정되며 전합이 판단한 뇌물액은 항소심의 36억3484만원보다 50여억원 늘어 86억8081만원에 달했다.

이와 더불어 횡령액도 늘었다. 삼성이 말 3마리 값을 삼성전자 자금에서 충당했기 때문이다.

동계스포츠 영재센터와 관련해서도 전합은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결했다. 전합은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인 의사 표시로도 가능하고,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이 부회장이 영재센터에 지원한 자금 사이 대가 관계만 인정할 수 있다면 청탁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뇌물 인정액뿐 아니라 그에 따른 횡령 금액이 늘어나면서 이 부회장의 양형에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 양형 규정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어가면 5년 이상의 형을 선고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점, 횡령액을 모두 변제한 점 등이 감형사유가 될 수도 있다.

삼성측, "특혜 취득하지 않아“…참작 가능할까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 8월 29일 삼성 측의 변호인들이 판결이 끝난 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와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 8월 29일 삼성 측의 변호인들이 판결이 끝난 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와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 부회장 측은 전합 선고 직후 ”대법원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금품 지원에 대해 뇌물 공여죄를 인정한 점은 다소 아쉽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이 삼성이 어떠한 특혜를 취득하지 않았음을 인정한 점은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또 가장 형이 무거운 국외재산도피죄와 뇌물 액수가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에 대하여 무죄를 확정했다는 점을 유의미하다고 꼽았다.

대법원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쟁점에 대해 구체적인 유무죄 판단을 내놓은 만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 측은 전합 선고 직후 "마필 자체를 뇌물로 인정한 것은 이미 원심에서도 마필의 무상 사용은 뇌물로 인정했었기 때문에 사안의 본질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파기환송심에서도 이 부분을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