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광화문 집회 "손흥민이 당했는데 남북올림픽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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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20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여전히 화가 너무 나서 나왔습니다.”

여의도·서초에서는 오후 5시부터 '검찰 개혁' 촛불집회

1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최원기(64)씨는 이렇게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나라가 정의가 없어지고 윤리와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며 “앞으로도 계속 집회에 참석해 분노한 민심을 나라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집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사퇴한 이후 첫 열린 주말 집회였다.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이날 집회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됐다. 주최 측은 약 10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 쪽은 인파가 꽉 찼고, 오후 2시 넘어서도 광화문광장 쪽으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이동하는 인파로 광화문역 사거리가 꽉 차는 모습이 연출됐다.

"윤석열이나 흔들지 말아라"

이날 ‘조국 반대’ 구호는 사라졌다. 대신 ‘조국 구속’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반대’ ‘문재인 탄핵’ 등의 피켓이 눈에 띄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박노일(80)씨는 “지금도 조국(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잘 진행되고 있지만 좀 더 빨리 해야 하고, 철저히 수사해서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은 ‘공수처 반대’ 피켓을 들어올리며 “결국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조직 아니냐”리며 “민생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해도 모자랄 여당이 지금 표적 수사를 위해 헛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윤석열(검찰총장) 하나면 되는 거 아니냐"라며 "윤석열이가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흔들지나 말아라"라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는 대다수가 장년층 이상이었으나, 곳곳에서 청년 참가자도 볼 수 있었다. 일부 청년들은 '문재인 탄핵' 피켓을 들고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손흥민 당하고 왔는데 남북 올림픽 개최, 대한민국 대통령 맞나"

이날 집회에서는 북한에서 월드컵 예선 경기를 치르고 온 손흥민 선수에 대한 '지지'도 이어졌다. 정용기 한국당 의원은 “손 선수가 ‘안 다치고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했는데, 국가대표 선수 안전 하나 지키지 못하는 이게 나라냐”라며 “그런데 이 와중에 서울과 평양에서 공동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하는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 맞나”라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김민석(24)씨도 “무조건 북한과 친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거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여당의 생각이 여전히 너무 과거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20분쯤 단상에 올라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광화문 10월 항쟁은 승리했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은 우리가 사퇴시켰다"며 "하지만 10월 항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무능하고 위선적인 정권에 대한 심판을 시작합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한국당 주최 집회였던 만큼 곳곳에서 한국당 당협위원장 명의의 피켓도 볼 수 있었다. 광화문광장 바깥 쪽에서 서 있던 한 집회 참가자는 “지역 사람들 따라 함께 온 것”이라며 집회 참가 이유를 묻는 질문을 피하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과 정부청사 사이에서는 막걸리와 소주, 국수와 전 등을 파는 포장마차들도 자리를 잡고 손님을 기다렸다.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19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여의도와 서초동에서 각각 열린다. [온라인 커뮤니티 제공]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19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여의도와 서초동에서 각각 열린다. [온라인 커뮤니티 제공]

한편 이날 오후 5시와 오후 6시부터는 각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과 서초동 대검 앞에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국민의 명령이다, 국회는 응답하라'를 슬로건을 내건 촛불 문화제에서는 검찰개혁 법안 통과 등을 정치권과 검찰 등에 촉구할 예정이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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